[공연]화려한 테크닉 못받쳐준 빈약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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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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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 뮤지컬 ‘배틀비보이-러브스토리’
안무★ 연출 ★ 비보이 기술 ★★★★

비보이 뮤지컬인 ‘배틀비보이-러브스토리’는 화려한 기술은 돋보였지만 이야기를 이끌
어 가는 능력이 부족했다. 사진 제공 SJ비보이즈
비보이 뮤지컬인 ‘배틀비보이-러브스토리’는 화려한 기술은 돋보였지만 이야기를 이끌 어 가는 능력이 부족했다. 사진 제공 SJ비보이즈
세계비보이대회 챔피언 김홍렬, 세계 헤드스핀 최고신기록 보유자 범상길, 국내 최고 실력의 ‘연체비보이’…. 비보이 뮤지컬 ‘배틀비보이-러브스토리’는 이처럼 화려한 출연진부터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비보이 기술은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한국 비보이 뮤지컬의 공통된 요소다. 이번 공연에서 등장한 헤드스핀은 세계 최고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다. 연체비보이가 보여준 몸의 유연성은 관객들이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움직여”라는 탄성을 발할 정도로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었다. 코믹한 연기를 보인 조연급 공연자들이나, 댄서들이 직접 악기가 돼 음악에 맞춰 표현한 오케스트라 장면도 볼거리로 충분했다.

그러나 다른 공연예술의 핵심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비보이 기술만으로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드러났다. 평면적으로 동작을 맞추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극적 구성 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면 비보이 기술을 더욱 돋보이게 했을 것이다. 음침한 분위기에서 가면을 쓰고 공포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한 퍼포먼스는 조명의 실패 때문에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볼 수가 없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본이었다. ‘한국무용을 하는 여자 주인공이 비보이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줄거리는 기존 비보이뮤지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자 주인공의 어색한 연기는 관객들의 웃음을 불러올 정도였고, 줄거리 전개의 맥락도 전혀 고려되지 않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부족했다.

오늘날 비보이 뮤지컬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공연자들의 열정은 매우 값진 것이었다. 관객들은 그것에 박수를 보내지 않았을까. 그러나 한국 비보이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싼 인건비와 적은 제작비로 이익을 얻으려고만 하기보다는 세계적인 비보이 기량에 전문적인 안무, 조명, 연출 등을 더해 한 단계 더 나아간 작품을 만드는 것이 비보이 뮤지컬의 숙제다.

최종환 한국콘서바토리 대중무용예술학과장

:i:오픈런, 서울 마포구 홍대 비보이전용극장, 5만 원. 02-323-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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