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최철한 vs ‘젊은피’ 김지석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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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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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격돌… ‘전투 바둑’ 치열한 싸움 예고

‘겨울 잔치’ 국수전 플레이오프(도전자 결정전)에서 임자끼리 만났다. 3번기인 겨울 잔치의 주역은 최철한 9단과 김지석 7단. 바둑계에선 겨울 추위를 녹이는 뜨거운 대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기사가 모두 수읽기에 능하고 전투를 마다하지 않는 기풍이라 치열한 싸움의 연속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이전까지 역대 전적은 최 9단이 8승 3패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엔 김 7단이 3승 2패로 한걸음 더 나갔다. 14일 열린 박카스배 천원전 준결승은 겨울 잔치의 전초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기사가 맞선 이 대국에서 최 9단이 접전 끝에 불계승을 거뒀다.

최 9단은 올해 58승 20패(승률 74.3%)를 기록하고 있다. 다승 5위, 승률 4위. 최근 농심신라면배에선 한국팀 4번째 선수로 나와 일본의 다카오 신지 9단을 물리쳤다. 또 광저우 아시아경기 남자단체전에선 전승을 거두며 한국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컨디션이 절정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좋은 성적에 비해 타이틀과의 인연이 없는 것. 세계대회는 주로 8강에서 탈락했고 국내 기전도 4강 등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국수전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최 9단은 이번 본선에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8강에선 최근 명인전 올레KT배 결승에 올랐던 원성진 9단을 눌렀고, 4강에선 가장 강력한 도전자 후보였던 이세돌 9단을 꺾었다. 김지석 7단이 안형준 2단, 허영호 7단을 물리친 것에 비하면 훨씬 어려운 코스를 밟은 셈이다.

특히 국수전은 최 9단에게 의미가 깊다. 47, 48기에서 이창호 9단을 연거푸 꺾고 국수위에 올랐다. 속기전이 아닌 정규 기전에서 후배한테 패한 적이 없었던 이 9단을 누른 것은 바둑계의 화제였고 최 9단의 존재를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51∼53기에선 예선에서도 탈락했다. 이때가 그의 슬럼프 기간과 일치한다. 그는 “국수전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으로 꼭 다시 정상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김 7단은 올해 45승 18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지난해 다승왕 최다대국 승률왕 등 3개의 개인 타이틀을 확정짓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것에 비하면 미흡하다. 당시 연말에 원익배 4강과 천원전 결승에서 박정환 8단에게 4연패를 당하면서 내상을 입은 것이 컸다. 지난달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구리 9단에게 2패로 물러선 것도 아쉽다. 그 고비를 넘겼다면 생애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최 9단의 벽을 넘는다면 이창호 9단과의 대결은 자신 있다. 지난해 8월 물가정보배에서 이 9단에게 2-0으로 첫 타이틀을 따냈기 때문이다.

김승준 9단은 “국수전에서의 경험이나 최근 컨디션을 보면 최 9단에게 약간의 포인트를 주고 싶다”며 “둘 다 기세를 타는 스타일이라 1국의 승부가 도전권의 향방을 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국은 22일, 2국은 24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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