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의 전설’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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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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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아웃 유’-‘틱, 틱… 붐!’ 36세 요절, 조너선 라슨 그려

애덤 파스칼과 함께 ‘렌트’의 쌍두마차였던 앤서니 랩이 이 작품과 얽힌 자전적 내용을 1인극으로 풀어낸 뮤지컬 ‘위드아웃 유’. 사진 제공 뉴벤처엔터테인먼트
애덤 파스칼과 함께 ‘렌트’의 쌍두마차였던 앤서니 랩이 이 작품과 얽힌 자전적 내용을 1인극으로 풀어낸 뮤지컬 ‘위드아웃 유’. 사진 제공 뉴벤처엔터테인먼트
서른여섯에 요절한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어느 날 아침 깨어 보니 유명해져 있더라”라는 말을 남겼다. 같은 나이에 숨을 거둔 뮤지컬 ‘렌트’의 작곡가 조너선 라슨은 “숨을 거둔 그날부터 유명해졌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예술가다.

라슨이 숨을 거둔 1996년 1월 25일은 ‘렌트’의 오프브로드웨이 첫 프리뷰 공연이 예정된 날이었다. 스스로를 ‘뮤지컬의 미래’라고 소개할 만큼 자부심이 넘쳤지만 당시까지 철저히 무명이었던 그는 전날 드레스 리허설을 지켜본 뉴욕타임스 기자와 이례적인 즉석 인터뷰를 마치고 귀가했다가 다음 날 아침 대동맥 파열로 숨진 채 발견된다.

이런 극적인 죽음으로 인해 뮤지컬의 미래가 되기도 전에 ‘뮤지컬의 전설’이 되어버린 그에게 바쳐진 두 편의 뮤지컬이 11월 7일까지 나란히 공연된다. ‘렌트’의 초연 멤버인 앤서니 랩 주연의 1인 뮤지컬 ‘위드아웃 유’와 라슨 사후 발표된 ‘틱, 틱…붐!’이다.

‘위드아웃 유’에선 ‘렌트’의 비디오아티스트 마크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랩이 가까이서 지켜본 라슨을 발견할 수 있다. 1994년 ‘렌트’의 워크숍 오디션부터 참여해 이 작품의 전 제작과정을 지켜본 랩은 아홉 곡의 ‘렌트’ 넘버와 다른 일곱 곡의 노래를 녹여서 ‘렌트’와 기막히게 공명하는 자신의 실제 삶을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랩이 2006년 발표한 동명의 자전적 저서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의 제목 속 ‘유’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자신의 실제 삶과 너무도 닮은 이야기를 선사하고 떠난 라슨과 힘겨운 암 투병 끝에 ‘렌트’의 브로드웨이 개막공연을 지켜보고 숨을 거둔 어머니다. 랩은 라슨과 어머니는 물론 자기 자신까지 1인 7역을 연기하며 ‘렌트’를 볼 때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감동을 창출한다. 4만4000∼8만8000원.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1544-1681

반면 ‘틱, 틱…붐!’은 라슨 자신의 1인칭 시점에서 포착된 라슨이 담겼다. 1990년 막 서른 살이었던 라슨이 만든 이 뮤지컬의 제목은 뮤지컬 창작에 청춘을 걸었지만 서른이 다 되도록 무명 작곡가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시계 소리와 자신의 꿈을 산산조각 낼 폭발음이다. 2001년 초연 이후 국내에서 여섯 번째로 공연되는 이번 작품에서 라슨의 분신이라 할 주인공 존 역으로 강필석, 신성록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4만∼5만 원.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1544-1555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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