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경의 치열한 추상표현주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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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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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화가 최욱경의 드로잉 ‘무제’(1971년). 사진 제공 아틀리에 705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화가 최욱경의 드로잉 ‘무제’(1971년). 사진 제공 아틀리에 705
‘일어나라! 좀 더 너를 불태워라.’

화가 최욱경(1940∼1985)은 화실에 이런 문구를 써놓고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일찍부터 유학파 여성 화가로 주목받았던 그는 1960∼80년대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품을 활발하게 발표하며 한국 화단에서 독자적 위치를 구축했다. 그의 25주기를 기리는 조촐한 전시가 10월 9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아틀리에 705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대 미대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난 1963년부터 일시 귀국한 1971년 사이의 초기작 10여 점을 선보였다. 주홍 초록 노랑 등 대담한 원색의 대비, 시원스럽고 분방한 필치가 돋보이는 크고 작은 유화, 차분한 흑백 드로잉에서 역동적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그는 문학적 재능도 뛰어나 틈이 나면 시를 썼다. 김영태 시인은 작은 키의 화가를 ‘쬐그만, 얼음 같기도 하고, 불같은, 장작 같기도 하고, 눈처럼 하늘에서 매일 내려오는 여자’라고 표현했다. 연필로 그린 자화상, 영문으로 쓴 메모를 곁들인 하트 드로잉, 화가의 시를 모은 오래된 시집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02-572-839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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