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깊이 숨은 괴물을 끄집어내다-신중선

동아일보 입력 2010-09-13 03:00수정 2010-09-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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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혹은 몬스터’ 펴낸 신중선 씨
“급격하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면서 ‘착하게 살자’고 다짐해요. 기왕이면 소설도 착한 작품을 쓰고 싶은데 사실 그러긴 어렵겠지요. 소설가는 가능하면 ‘독해야’ 하니까요.”

신중선 씨(사진)의 작품은 그렇게 ‘독할 수밖에 없는 소설가’가 쓴 것이다. 소설집 ‘환영 혹은 몬스터’(문이당)에서 그는 그 독기를 보여준다. 책 한 권에 묶인 단편 10편은 “상황의 본질을 사정없이 파고들어 생의 은밀한 구석을 남김없이 쑤시고 파헤치는”(소설가 서영은 씨의 발문) 작품들이다.

표제작 ‘환영 혹은 몬스터’에서 주인공 정훈은 친구 회사에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벼랑 끝에 몰린다. 정훈은 포장마차에서 만난 사내에게서 자신을 죽여주면 전 재산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고뇌하던 정훈이 제안을 수락해 사내를 목 졸라 죽일 때는 이미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렇게 평범한 생활인 안에 감춰진 괴물을 끄집어낸다. ‘파이트 클럽’에서 가정을 위해 헌신해온 샐러리맨 남자는 아내가 채팅으로 낯선 사내와 음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목격한다. 배신감에 괴로워하던 남자는 ‘파이트 클럽’의 회원이 되면서 자기학대적인 폭력에 휘말려 든다. ‘아내의 방’에서 불임으로 괴로워하던 아내는 깊은 우울감에 빠져 애견과 열대어를 죽이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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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구중서 씨는 이런 신 씨의 소설을 두고 “과연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어떠한 존재이냐 하는 데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인간이 외관으로만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이면을 갖고 있음을 작가가 보여준다는 의미다. 그렇게 ‘착하게만 살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작가는 새 소설집에서 담담하게 드러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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