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스님“봉은사-4대강, 싸움 말리러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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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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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사태 해결안 월말 발표 양쪽 모두 받아들일 만한 내용
4대강 누가 무조건 반대하겠나 명분 - 실제 균형잡는 지렛대 역할”

■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인터뷰

“싸움 붙이는 게 아니라 싸움 말리려고 산에서 내려왔죠.” “싸움을 말려야 하는 종교인과 지식인이 싸움을 더욱 부추기고 있어요. 이건 아니죠.”

탁발순례와 생명공동체 운동으로 유명한 조계종 화쟁(和諍)위원장 도법 스님(61·실상사 회주)을 7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6월 화쟁위 공식 출범 뒤 일간지와의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다. 화쟁위는 총무원장(자승 스님) 직속 기구이지만 자승 스님이 ‘봉은사 사태’와 4대강 대책 등에 전권을 부여하면서 힘이 실리고 있다.

먼저 봉은사 사태와 관련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물었다.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요즘의 이분법적 사고야말로 세상사 모든 싸움의 원인”이라며 “여러 대립적인 것을 조화시키는 원효 스님의 화쟁 사상을 통해 세상의 싸움을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은 “요즘의 이분법적 사고야말로 세상사 모든 싸움의 원인”이라며 “여러 대립적인 것을 조화시키는 원효 스님의 화쟁 사상을 통해 세상의 싸움을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호랑이 그림이 될지, 고양이 그림이 될지….(웃음) 이달 말 화쟁위 안을 발표하겠지만 80∼90% 해답을 만들었고 최종적으로 도장 찍는 일만 남았다. 불교 발전과 개혁 실천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담겼고 이 과정에서 총무원과 봉은사 측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친김에 논란이 된 봉은사의 직영사찰 지정과 주지인 명진 스님에 대한 배려 안도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도법 스님은 “인사 문제는 총무원 고유권한이지 우리 일이 아니다. ‘누구를 주지 앉혀라’는 식으로 제안하면 화쟁위가 권력기구가 되고 그 순간 아무 쓸모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쟁위는 16일 오후 2시 조계사 내 역사박물관에서 여야 사무총장, 정부 고위 관계자, 비정부기구(NGO) 대표가 참여하는 4대강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다. 불교환경연대 등 불교계의 여러 단체가 4대강 개발을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어 이미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닐까.

“4대강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데 무조건 ‘4대강을 덮자’ ‘백지화하자’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명(名·명분)과 실(實·실제)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 아닌가. 화쟁위는 양측 사이에서 조정하고 균형을 잡는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대화론자인 스님은 1994, 98년 종단 분규가 있을 때 사태 수습을 위해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서 스님의 최근 ‘구원투수’ 역할에 대해 “도법 스님, 대체 뭐 하나” “변절했다”는 얘기도 있다며 거북한 질문을 던졌다.

“난 그런 말에 관심 없다. 항상 대안이 뭘까 고민하며 살아왔다. 종단 사태 때는 타의가 더 컸지만 이번에는 내가 마음을 냈다. 간디의 제자 비노바 바베는 설득과 대화로 토지를 헌납 받아 나눠주는 운동을 했다. 그는 상대에게는 반드시 열고 들어갈 ‘문’이 있다고 했다. 그 문을 지혜와 인내력으로 찾아야지 입장이 다르다고 지금의 우리처럼 부수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

스님은 이어 이념과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갈라진 사회에 깊은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의 화엄(華嚴)적 세계에서 우주, 지구, 인간은 모두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공동체다. 이를 무시하고 다르다는 이유로 대립, 투쟁하는 것은 서로를 파괴하는 것이다. 시대 상황에 맞춰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보수든 진보든,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걸림돌이 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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