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것도 서양음악… 유럽 ‘변방의 선율’ 한국 나들이

  • 동아일보

‘코르시카 폴리포니’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남성중창 그룹 ‘아 필레타’. 북아프리카 문화에서 영향 받은 ‘목 길게 떨기 창법’을 응용해 코르시카 전통음악과 창작곡을 무반주로 노래한다. 사진 제공 이터니티
‘코르시카 폴리포니’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남성중창 그룹 ‘아 필레타’. 북아프리카 문화에서 영향 받은 ‘목 길게 떨기 창법’을 응용해 코르시카 전통음악과 창작곡을 무반주로 노래한다. 사진 제공 이터니티
《“이게 서양음악?” 유럽에서 발원하고 발전했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중심의 문화 전통과 동떨어진 공연물이 잇달아 한국 무대를 찾아온다. 동서로마 분열 이후 독자적으로 발전한 비잔틴(동로마) 제국의 음악, 아랍인의 문화유산이 침투한 프랑스 코르시카 섬과 스페인의 음악 무용들이다. 서양과 다른 연희문화를 발전시켜온 우리로서는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 특색 있는 목 떨기, ‘아 필레타’

‘코르시카 폴리포니’의 대표주자인 남성중창 그룹 ‘아 필레타’는 31일 오후 8시 서울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폴리포니란 두 가지 이상의 선율이 동시에 진행되는 음악을 뜻하는 말. 바흐의 푸가 같은 대위법(對位法) 음악이 먼저 연상되지만 코르시카와 불가리아 등 세계 곳곳의 민속음악에서도 폴리포니적 특징이 발견된다.

코르시카는 12세기부터 독자적으로 폴리포니 음악을 발전시켰다. 4∼6명의 남성이 중창 형태로 노래한다. 아 필레타란 코르시카 토종 고사리를 부르는 말. 리더인 장클로드 아카비바가 1978년 이 이름으로 중창단을 결성했다. 30여 년 동안 10장 이상의 앨범을 발매하고 연극 ‘메데아’, 영화 ‘히말라야’ 등 타 예술장르에도 진출하면서 활동을 넓히고 있다.

코르시카 폴리포니의 특징으로는 악절 끝을 길게 끌면서 목을 떠는 멜리스마 창법이 꼽힌다. 이 섬에 폴리포니가 나타나기 전부터 있던 북아프리카 음악의 영향이다. 코르시카는 로마제국 성립 이전 카르타고를 비롯한 북아프리카의 영향권에 있었으며 이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지금까지도 짙게 남아 있다.

내한공연에서는 창립자인 아카비바를 비롯한 일곱 명이 출연해 전통음악인 ‘파젤라’, 창작곡인 ‘명상’ ‘불쌍히 여기소서’ 등을 노래한다. 6만6000∼7만7000원. 070-8683-3787

○ 비잔틴 제국의 유산 ‘비잔틴 성가단’

한국 정교회가 한국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초청한 그리스 ‘비잔틴 성가단’이 서울과 부산에서 무료 공연을 연다. 21, 23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과 명동성당에서 공연한 데 이어 26일 오후 8시 용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8일 오후 6시 부산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 중극장에서 공연한다.

정교회(Orthodox Church)는 11세기 가톨릭과 분리돼 비잔틴(동로마) 제국과 슬라브권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이뤘으며 이에 따라 교회음악의 전통도 분리됐다. 오늘날 전해지는 비잔틴 성가는 베이스의 지속저음 위에 멜로디가 흐르거나, 같은 음에 여러 음절을 붙이거나, 오늘날의 장단조와 다른 다양한 선법(旋法)을 사용하는 등 독특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초청된 성가대는 1983년 창단한 ‘성가의 거장(The Maistores of the Psaltic Art)’으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300차례 이상 공연해왔다.

○ 플라멩코 댄스뮤지컬 ‘상그레 플라멩카’

스페인에서 유래한 플라멩코는 언뜻 ‘변방의 유럽문화’로 여겨지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적잖은 교습 인구를 확보할 만큼 대중화됐기 때문. 그러나 플라멩코는 8세기 초반부터 800년 가까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한 무어인 이슬람교도들의 문화에 기반을 둔 장르다. 기타 위주의 반주부만 보아도 격렬한 리듬이나 ‘미(mi)’음이 주음(主音)이 되는 음계 등에서 지금은 북아프리카로 밀려난 무어인의 유산을 발견할 수 있다.

‘플라멩코 댄스뮤지컬’을 표방한 ‘상그레 플라멩카’는 10명의 남녀 무용수와 7명의 뮤지션이 등장하는 대형 플라멩코 무대. 9월 8∼12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무용을 리드하는 주인공은 뮤지컬 ‘돈주앙’의 플라멩코 장면을 안무한 로하스와 로드리게스 콤비. 이번에 공연하는 ‘상그레 플라멩카’는 ‘플라멩코의 피’라는 뜻으로 1997년 초연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순회공연을 펼치며 전통적 플라멩코에 현대 스페인 무용까지 접목한 ‘플라멩코의 진화’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만5000∼15만 원. 1544-1555, 1577-526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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