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사방에 깔린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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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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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결승 5번기 4국 8보(107∼122) 덤 6집 반 각 3시간

흑 7은 가장 안전한 수. 흑은 신랄한 수법으로 전체 백 대마를 잡으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흑은 배가 부르다. 더는 사냥감을 쫓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흑 13까지 백 두 점을 잡는 것으로 충분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이창호 9단의 이 같은 계산이 감질난다. 마음만 먹으면 백을 당장 요절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통쾌한 불계승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은데 상대를 한번 건드려보고는 슬며시 물러난다.

흑이 느슨하게 백을 놓아주자 홍기표 4단도 그 틈을 이용한다. 백 14로 한 점 때려 중반 이후 미뤘던 숙제를 해결한다. 이 돌을 잡아 백 모양 전체가 두터워졌다. 백이 한발 흑을 따라잡았다.

백이 그러거나 말거나 이창호 9단은 흑 15로 상변을 지켜 묵묵히 갈 길을 간다.

홍 4단은 백 16으로 다시 한 번 들이대며 처절하게 버틴다. 백은 중앙 돌을 한 수 더 보강해 확실하게 살려야 할 것 같은데 홍 4단은 외면한다. 그럴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중앙을 보강하는 순간 흑이 다시 저만치 앞서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백 22로 패를 유도하는 것도 버티기의 일환. 이곳에 패 모양이 생겨 바둑이 혼란해진 듯하다. 백은 흑이 이 패에 응하길 바란다. 패를 빌미로 국면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으려고 한다. 이 9단이 너무 물러선 것은 아닐까. 이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할 복안이 이 9단에게 있는 것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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