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03>君子之仕也는 行其義也니 道之不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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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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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이어진다. 子路는 공자의 명으로 荷P丈人(하조장인)의 곳으로 되돌아가서 君臣의 義는 폐기할 수 없음을 말하려고 했으나, 하조장인은 종적을 감춘 뒤였다. 자로는 하조장인의 두 아들에게 벼슬하지 않으면 潔身亂倫(결신난륜)의 잘못을 범하게 된다는 공자의 엄중한 비판을 전하였다. 그러고서 위의 말을 덧붙였다. 혹은 이 말도 공자가 한 말인데 자로가 직접 화법으로 옮긴 것이라고도 한다.

君子之仕也는 주제를 내거는 어법으로 ‘군자의 벼슬함이란’의 뜻이다. 其義는 지난 호에 나왔던 君臣之義를 가리킨다. 道之不行은 뒤의 知의 목적어로, 앞에 두어서 강조하고 뒤에서 之로 받았다.

공자는 세상에 도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국가 기구 속에서 군신의 의리를 다하여 救世(구세)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 것이다. 단, ‘주역’에 보면 난세에는 군자에게 벼슬하지 않는 의리가 있다. 곧, 乾卦(건괘)의 ‘文言傳’에 ‘君子遯世无悶(군자둔세무민)’이라 했다. ‘세상을 피해 은둔하더라도 근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遯은 遁과 같다. 大過卦(대과괘)의 ‘象傳(상전)’에도 ‘군자는 이 괘를 보고 홀로 서서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을 피해 은둔하더라도 근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정약용은 子路가 하조장인의 집으로 다시 가서 군신의 의리 운운한 것은 자로의 武斷(무단)이며 자로의 本色이라고 비판했다. 강진에 유배되어 군신의 의리를 실천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비추어 하조장인의 심경을 생각해보고 그와 같이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遯世无悶은 潔身亂倫과 다르다. 정약용도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은둔을 하더라도 憂患意識(우환의식)을 지니고 나름대로 救世의 실천을 행하는 것이 군자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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