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무대위 꿈틀거리는 감동을 잡아내다

  • 동아일보

내달 서울-양평서 공연예술전문 사진작가 故정형우 씨 추모 전시회

고 정형우 작가 초대전 ‘한국의 연극배우’에 전시될 여배우 김호정 씨의 사진. 사진 제공 갤러리 와
고 정형우 작가 초대전 ‘한국의 연극배우’에 전시될 여배우 김호정 씨의 사진. 사진 제공 갤러리 와
공연예술은 바로 그 시간, 그 장소에서 펼쳐진 사건에 대한 감동 어린 기억을 통해 존재한다. 어떤 공연도 결코 똑같이 반복될 수 없다는 것이 그 매력이다. 공연 사진은 바로 그 찰나의 매력을 영원 속에 포착하려는 시도다.

지난해 10월 서른아홉 나이에 요절한 사진작가 정형우 씨는 그 같은 무대 위 광휘를 잡아냈던 공연전문 사진가였다. 카메라 인생 20년 중 후반부 10년을 공연 촬영에 바친 그는 촬영 의뢰를 받으면 대본부터 꼼꼼히 읽고 수시로 연습장을 드나들며 공을 들이면서도 촬영현장에선 공연에 방해가 될까 셔터소리도 들리지 않게 사진을 잘 찍기로 유명했다.

그를 추모하는 사진전이 경기 양평군 갤러리 와(6월 8∼22일·031-771-5454)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물파 갤러리(6월 16∼23일·02-739-1997) 등 두 곳에서 열린다. 갤러리 와에서는 ‘한국의 연극배우’라는 제목으로 연극인 20명의 사진을 전시한다. 육감적 자태의 강부자 씨와 영화 ‘길’의 젤소미나로 분장한 박정자 씨, 물에 흠뻑 젖은 이호재 씨 등 익숙한 이미지와 충돌하거나 공명하는 독특한 연출 사진들이다. 작가가 주력했던 무대공연예술의 대형 사진들도 전시한다.

물파 갤러리에서는 ‘바람의 묵시록’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장사익, 소설가 김훈, 춤꾼 조갑녀 씨 등 비연극계 예술가 20명의 야생적 이미지를 포착한 사진을 전시한다. 16일에는 작가의 사진에 칼럼니스트 송준 씨가 글을 쓴 ‘바람의 묵시록’ 단행본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고인과 함께 8년간 파트너로 공동작업을 펼쳐온 김수미 전 아트뷰 편집장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6개월여의 준비 끝에 마련한 추모 전시회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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