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울국제도서전 폐막… ‘절반의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저작권 구입 문의 늘었지만
‘전자책 흐름’ 제대로 못짚어

할인판매 경쟁 줄어든 모습
주빈국 佛 행사 평가 엇갈려

《“예년에 비해 성숙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12∼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주최로 열린 제16회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출판계의 평가다.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그동안 ‘국제적이지 못한 국제도서전’ ‘어린이책 할인장터’ 같은 비판이 따라붙었다. 국제도서전의 주요 목적인 각국 출판업자 사이의 저작권 거래는 저조한 반면 어린이책을 중심으로 책 할인판매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올해는 해외 출판사들의 참여와 저작권 거래 상담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출협 측은 밝혔다. 출협의 문승현 차장은 “아시아, 중동, 남미 등지에서 작년보다 3배 많은 60여 명의 출판업자가 도서전을 찾았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출판사의 해외저작권 담당자 김미정 씨는 “예전에 비해 한국 책을 소개할 수 있는 출판사가 많이 왔다. 작년에는 하루 반 정도만 전시장에 있었는데 올해는 사흘 내내 그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출판계 사람들이 참석하는 세미나도 예년에는 썰렁했으나 ‘북 디자인’, ‘주문형 출판(POD)’, ‘디지털 출판’ 등을 주제로 한 올해 세미나는 알차게 진행됐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환경으로 출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사들이 새로운 정보를 접하기 위해 많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도서전 관람객은 지난해의 11만 명보다 1만 명 늘어난 12만 명으로 출협은 추산했다. 문 차장은 “20, 30대 젊은층이 늘어난 반면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의 관람이 줄었다”며 “인터넷서점의 상시 할인판매로 도서전에서의 할인판매 이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폐막일인 16일 오후, 전시장의 아동관은 이런 경향을 반영한 듯 예년보다 차분한 모습이었다. 전문 도우미를 두거나 확성기를 사용해 경쟁적으로 호객하던 예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신간 10% 단행본 20% 할인’ ‘전 품목 20∼50% 할인’ 같은 선전을 내세운 할인판매는 여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박상희 비룡소 대표는 “국내 어린이책의 수준은 영미권 출판사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높아졌다”면서 “어린이책 출판사들도 이제 할인판매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저작권 거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전자출판을 이번 도서전이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보문고, 인터파크, 북센 등 전자책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별도의 부스를 차렸으나 단말기 전시 정도에 그쳤고 전자책의 전반을 짚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빈국 행사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초청된 프랑스 작가 7명 가운데 마르크 레비,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작가들이 독자와 직접 만난 행사는 성황을 이루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밖의 작가들은 대중적 인지도가 약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프랑스 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다채롭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백 연구원은 “1월의 대만 국제도서전의 주빈국도 프랑스였는데 더 많은 작가가 참가했고, 전시회를 비롯한 부대행사도 다양했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