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97>長沮桀溺이 씙而耕이어늘 孔子過之하실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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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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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성어의 問津(문진)은 학문의 길을 가르쳐 달라고 청하는 것을 뜻한다. 그 출전이 ‘논어’ ‘微子’의 제6장이다. 공자는 齊나라에서 뜻을 펴지 못하고 景公이 죽은 다음 해부터, 楚(초)로 향하였다가 蔡(채)로 돌아오고 또 葉(섭)으로 떠났다가 다시 蔡로 돌아오는 등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는데 그 무렵에 은자인 長沮(장저)와 桀溺(걸닉)을 만난 듯하다.

우而耕은 쟁기로 두 사람이 함께 밭을 가는 것을 말한다. 夫는 3인칭의 ‘저’다. 執輿者는 마차 고삐를 쥔 사람이란 말이다. 수레를 몰던 子路가 나루를 물으러 간 사이에 공자가 대신 고삐를 쥐고 있었다. 知津이란 공자가 천하를 周流(주류)하여 스스로 나루를 알 것이란 말인데 無道한 세상을 구원하려고 轍環天下(철환천하)하는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공자의 일생은 참으로 기구했다. 노나라 애공 때 기린이 서쪽에서 잡히자 공자는 “나의 도가 곤궁하다”고 탄식하며 옷소매를 뒤집어 눈물을 훔쳐야 했다. 張顯光(장현광)은 그 사실을 두고 지은 장편 시에서, ‘세상은 낮고 도는 크거늘 끝내 어찌 용납되겠나, 솜씨가 있어도 끝내 경륜할 수가 없었네(世卑道大竟何容, 有手不可以經綸)’라고 했다. 올바른 도를 실천하는 사람이 핍박받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슬프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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