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예선에서 한국과 중국 기사들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올해 한국 기사들은 중국 기사와의 대결에서 31%의 승률밖에 올리지 못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66승 145패. 승률 31%. 두 기사 간 전적이라면 상대가 되지 않는 승률이다. 이는 올해 한국과 중국 기사 간 성적이다. 66승이 한국.
올해 비씨카드배 춘란배 농심배 후지쓰배 LG배 등에서 한중 대결의 결과는 사실상 참패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LG배 예선을 살펴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열세가 두드러진다. 한국 기사들은 1회전부터 줄줄이 중국 선수들에게 밀렸다. 1∼4차전에 걸쳐 66패를 당한 반면 25승(승률 27.4%)밖에 못 거뒀다. 한국의 승리엔 아마추어 선수들의 3승이 들어 있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세계대회 예선에는 한국 기사가 대부분 참가하고 중국 기사들은 비교적 나은 성적을 내는 기사들이 참가하는 만큼 원래 실력차가 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국의 정예들이 맞붙는다고 할 수 있는 예선 결승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씨카드배 예선 결승에선 5승 15패(25%)를 기록했다. LG배 예선 결승에선 8판의 한중전이 열렸다. 이 중 한국은 이희성 8단, 허영호 7단만이 승리를 거뒀고 나머지 6판은 패했다. 이 중 4판은 반집패였다. 아쉽다고 하기엔 실력차가 반영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본선에서도 한국 기사들이 밀리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월 말 열린 춘란배 16강에서 벌어진 한중전 4판에서 이창호 최철한 9단이 지고 이세돌 9단과 허영호 7단이 이겨 2 대 2의 호각을 보였지만 8강 중 6명은 중국 선수였다.
곧이어 4월 중순 열린 후지쓰배 본선에선 1∼3회전에서 7판의 한중전이 열려 한국이 2승 5패로 열세를 보였다.
한국은 올해 농심배와 비씨카드배에서 우승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나마 이세돌 이창호의 ‘원투 펀치’가 없었다면 낼 수 없는 성적이었다.
이세돌 9단은 중국 선수를 상대로 비씨카드배 4승을 포함해 6승 무패를 거뒀다. 이 중 중국 랭킹 1위인 쿵제 9단과 2위인 구리 9단이 포함돼 있어 순도가 높다. 이창호 9단은 농심배에서 중국 선수에게 3연승을 거두며 한국 팀에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일본 기사에게도 1승)을 안겼다. 하지만 이 9단마저도 LG배 결승에서 쿵제 9단에게 2연패를 당했고 춘란배 16강(구링이 5단), 후지쓰배 16강(추쥔 8단)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국내 2관왕(십단전 천원전)인 박정환 7단은 총전적으로는 5승 2패를 거뒀으나 비씨카드배 준결승(창하오 9단), 후지쓰배 16강(구리 9단) 등 결정적 대국에서 진 것이 뼈아팠다.
이 같은 중국전 부진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중국 승률은 35%에 불과했다. 올해는 더 악화된 셈이다.
김승준 9단은 “정상급 기사보단 한 단계 아래로 평가받았던 쿵제 9단이 화려하게 부상했고 추쥔 8단, 셰허 7단 등 그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기사들이 성적을 내면서 중국기사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며 “반면 한국은 이세돌 이창호 9단을 뒷받침해 줘야 할 최철한 박영훈 강동윤 9단 등이 예전 같은 활약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급 기사들의 실력은 비슷하지만 신예로 내려갈수록 중국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우세의 배경에는 중국 기사들이 집단 훈련으로 실전과 연구를 반복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국내에선 유망주를 일찌감치 입단시켜 프로 무대에서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내외 프로대회 본선을 넘나드는 나현 박영롱 같은 유망주가 좁은 입단 문 때문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남아 있다. 이들이 입단 대회에 시달리다가 10대 후반에야 입단하면 대형 신인으로 자랄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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