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와인의 별’과 함께하는 특별한 만찬 기회를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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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하얏트 서울호텔, 돔 페리뇽 와인 곁들인 5가지 코스 디너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하얏트 서울호텔과 루이뷔통 모엣 헤네시(LVMH)의 명품 샴페인 ‘돔 페리뇽’이 손을 잡았다. ‘아주 특별한 저녁식사’를 계획하는 사람들을 위한 파크하얏트 서울 호텔 레스토랑 ‘코너스톤’에서의 ‘돔 페리뇽 디너’. 일단 가격부터 럭셔리하다. 최대 8명까지 식사가 가능한(단둘의 호젓한 식사도 물론 가능!) 프라이빗룸에서 희귀한 빈티지의 돔 페리뇽 5병, 다섯 코스의 식사 총액은 500만 원. 이 호텔은 선착순으로 5팀에게만 이 디너를 판다. 도대체 어떤 성찬이기에! 기자들에게 미리 선보인 이 럭셔리 디너에 가 봤다.》

○ 별을 마시는 술, 돔 페리뇽

코너스톤의 프라이빗룸은 3000여 병의 와인이 있는 와인 셀러로 둘러싸여 있었다. 살구색과 상아색 장미, 로맨틱한 촛대, 관능적인 여인이 그려있는 돔 페리뇽의 대형 포스터…. 유쾌한 이탈리아인인 이 호텔 스테파노 디 살보 총주방장이 만드는 음식과 다섯 가지 빈티지 돔 페리뇽의 조합이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판에 쓰여 있었다.

돔 페리뇽과 음식의 궁합을 소개하기에 앞서 일단 고급 샴페인의 대명사인 돔 페리뇽부터 설명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돔 페리뇽의 ‘돔’(Dom)은 베네딕트 교단의 수도사를 존대하며 부를 때 붙이는 호칭이다. 속명이 피에르 페리뇽이었던 수도사 돔 페리뇽(1669∼1715)은 28세 때 프랑스 오비예의 작은 수도원에 들어가 평생 와인을 만들었다. 앞을 보지 못해 유난히 후각이 발달했던 그는 샴페인을 만들 때 여러 포도 품종을 처음으로 섞은 위대한 업적을 와인 역사에 남겼다. 병에 담긴 샴페인의 발효 현상으로 종종 와인 병이 터져 ‘악마의 와인’으로 불리던 샴페인을 철사 뚜껑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을 고안한 것도 그였다. 그가 처음으로 샴페인을 맛보며 남긴 말은 언제 들어도 미학적이다. “난 지금 별을 마시고 있소.”

훗날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은 이 샴페인을 만들던 모엣 샹동을 인수해 LVMH란 세계적 럭셔리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 장미꽃을 담은 돔 페리뇽 로제

식사가 시작됐다. 첫 메뉴는 농어 타르타르, 배, 유기농 야채, 캐비아 소스, 연어알. 그리고 함께 곁들여지는 와인은 돔 페리뇽 2000년 빈티지. 와인을 서빙하던 소믈리에는 “이 와인은 샴페인인데도 디캔팅이 가능할 정도로 강렬한 맛을 지녔죠”라고 설명했다. 햇볕에 잘 익은 싱그러운 과일이 연상되는 이 와인은 7년 동안 셀러에서 숙성돼서인지 정말로 맛이 파워풀했다. 이 때 참석자 중 한 명이 돔 페리뇽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몇 년 전 서울에 소박한 고깃집을 낸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손님이 뜬금없이 ‘크리스털’ 샴페인을 찾습디다.(크리스털 샴페인은 러시아 알렉산드르 2세가 즐겨 마신 와인으로 ‘황제의 샴페인’으로 불리는 최상급 샴페인이다) 크리스털 샴페인이 없어 고민하다가 돔 페리뇽을 급히 구해 내놓았더니 만족해했어요. 그때 돔 페리뇽의 진가를 깨달았죠.”

두 번째 메뉴는 가지 라비올리와 데리야키 소스를 곁들인 삼겹살. 와인은 돔 페리뇽 로제 1998년산. 와인 잔에 돔 페리뇽 로제가 따라지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테이블 위에 장식돼 있던 살구색 장미꽃잎을 닮은 아름다운 빛깔…. 처음 맛봤던 돔 페리뇽 2000년 빈티지에 비해 고소한 견과류의 맛이 났다. 신기한 건 와인의 피니시(여운)가 오래 남는 견고한 구조를 지녔다는 점. 한 참석자가 아이폰을 들고 트위터에 돔 페리뇽 로제 사진을 즉석에서 올리자 “부럽다”는 반응이 트위터를 통해 삽시간에 쏟아졌다.

○ 돔 페리뇽을 마시는 남자

허브 샐러드, 트러플향의 버섯, 로브스터로 구성된 세 번째 메뉴에 이어 나온 네 번째 메인 메뉴는 송아지 안심구이, 오리 간, 체리, 시금치였다. 이날의 메인 와인도 나왔다. 돔 페리뇽 외노테크 1995년 빈티지. 스모키하면서도 토스트향이 느껴지는 이 와인에 대해 소믈리에는 “이 와인은 매우 도전적인 맛이라 술이 아니라 하나의 음식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하면서도 발랄한 맛에 이어 미네랄 맛이 입안을 마무리했다. 음식이 입안에 들어와도 그 와인 맛은 좀체 떠나지 않았다.

이때 한 여성 참석자가 말했다. “난 돔 페리뇽을 마시는 남자를 보면 왠지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되더라.” 또 다른 참석자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최근 중국 상하이에 갔는데 평범한 외모의 50대 중국 신사가 바에서 혼자 돔 페리뇽을 마시고 있었어요. 얼마 후 금발의 팔등신 미녀가 그와 동석하는데 단지 그가 돔 페리뇽을 마시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둘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니까요.”

마지막 디저트로는 딸기수프, 아몬드 밀크크림, 발사믹 젤리가 나왔다. 소믈리에는 처음 마셨던 돔 페리뇽 2000년 빈티지를 이번엔 디캔팅을 했다. 봄날처럼 화사했다. 와인도, 디저트도, 이날 식사의 분위기도. 500만 원짜리 와인 디너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너무 먼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매우 운 좋게 ‘별을 마시는’ 순간이 올 그 날을 꿈꿔볼 수는 있지 않은가.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제임스 본드도 깰 수 없던 그 와인”▼
‘…와인 커닝페이퍼’에 소개


와인 전문 소매회사인 ㈜와인나라의 이철형 사장이 최근 ‘CEO를 위한 와인 커닝페이퍼’란 책을 펴냈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나온 뒤 2000년 동업자 두 명과 와인사업에 뛰어든 그는 “와인업계에 몸담아온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CEO들이 쉽고 빠르게 와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에서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와인 20선’에 돔 페리뇽을 포함시켰다.

영화 007시리즈의 첫 영화인 ‘007 살인번호’에서 등장한 돔 페리뇽 1955년산 스토리도 소개했다.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와인병을 집어 들고 위협하자 악당 ‘닥터 노’가 했던 말은 “그거 깨뜨리면 후회할 거야. 돔 페리뇽 1955년산이거든.” 이런저런 와인을 마셔봤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와인 계보가 마구 뒤섞여 있는 어설픈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커닝’을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 사장은 기자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서 책 안쪽에 이렇게 썼다. “와인과 함께 더욱 멋지고 즐거운 인생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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