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미드 ‘24’ 프로듀서 겸 작가 에번 카츠 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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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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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생명은 결국 이야기
美선 작가가 연출자-배우 정해”

사진 제공 온미디어
사진 제공 온미디어
‘실시간 드라마’로 불리는 미국 드라마(미드) ‘24’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24회로 구성된 한 시즌을 24시간 보는 팬들이 있을 정도다. 이 드라마는 하루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한 회에 한 시간씩 담아내며 TV 속 사건 진행 속도가 현실과 같게 한다. 극중 테러방지단(CTU) 요원들이 미국과 중동 간 평화협정을 방해하려는 세력의 대통령 암살 기도를 막고 테러범에게 납치당한 미국 국방장관과 딸을 구해내는 이야기 등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사건들을 반전을 거듭하며 그려낸다.

2001년 11월 미국 현지에서 처음 방송한 ‘24’는 올해 5월 시즌8로 막을 내린다. 종영 뒤 영화 제작이 예정돼 있다. 한국에서는 케이블 수퍼액션을 통해 시즌8이 12회까지 방영됐다. 수퍼액션은 다음 달 7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13회부터 24회까지 두 편씩 방영한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모두 8명이다. 이들 중 시즌2부터 41편에는 작가로, 171편에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40대의 에번 카츠 씨(사진)를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하루 24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24회로 담는다는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시즌1에 작가와 프로듀서로 참여한 동료 조와 밥이 낸 아이디어다. 처음 조에게서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드라마 진행 속도가 현실 시간과 같아)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료들은 천재적이었다. 그들은 ‘실시간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여느 드라마보다 사건, 반전, 놀라움의 수가 많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24’ 한 회에는 보통 드라마 4회를 쓸 수 있을 분량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스토리 속도도 가속화(accelerated)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팬층이 두껍다.

“‘24’는 2001년 9·11사태가 터져 사람들이 테러리스트의 위협과 같은 소재를 리얼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점에 맞게 방송됐다. 1990년대만 해도 이러한 소재는 아카데믹한 소재로 간주돼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리즌 브레이크’와 같은 인기 미드는 여러 명의 작가가 집필에 참여하고 아이디어가 채택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츠 씨는 “‘24’는 8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회의에서 민주적으로 합의해 이야기를 쓴다”고 말했다. 한 회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주. 수차례 작가 회의를 거쳐 대략적인 구조를 만들고 대본 수정을 거듭한다.

카츠 씨에게 “한국에서는 보통 작가 한 명이 드라마 한 편을 다 쓰고, 시간에 쫓기면 며칠 안에 한 회를 다 쓰기도 한다”고 하자 그는 믿기지 않는 듯이 “한 회 대본이 50∼60페이지 분량 아니냐?” “정말 작가 한 명이 드라마 한 편을 다 쓰느냐?”고 묻더니 “그들이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신은 ‘24’의 여러 편에 작가이면서 동시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러한 경우가 흔한가.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시니어 작가들이 프로듀서 역할을 같이한다. 작가들이 연출자, 배우를 고용하고 최종 편집에도 관여하며 TV 시리즈를 좌우한다. 드라마 소재는 창조적으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집필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연출자가 좋아도 대본이 좋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지 않느냐.”

그는 “TV 시리즈 산업에서 작가들의 힘이 큰 것은 미국 특유의 문화로 알고 있다. 그동안 작가들 스스로가 능력을 입증해온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곧 ‘24’ 시리즈가 끝나는데….

“대부분의 TV 시리즈에는 ‘생명’이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게 어렵다. 주인공인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의 이야기가 너무 오래됐다는 느낌도 든다. 또 ‘24’는 굉장히 제작비가 많이 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제작비가 더 비싸졌다.”

회당 제작비를 묻자 그는 “정확한 액수는 말하기 어려우며, 미국 독립영화 한 편 제작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수사 첩보물인 ‘CSI’의 경우 회당 제작비가 40여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가 있는가.

“‘24’와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수사물은 점차 제작이 수그러들 것으로 본다. 영원히 인기를 누리는 장르는 없는데 수사물은 몇 년간 활발히 제작됐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드라마 ‘24’ 하루동안 벌어진 사건 1시간씩 24회 방영

모두 ‘24’회로 이뤄지는 시즌마다 테러방지단(CTU)이 24시간 안에 한 사건을 해결한다. 시즌1에서는 CTU 요원인 주인공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가 상원의원 암살 기도를, 시즌2에서는 잭이 도심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았다. 방영 중인 시즌8은 CTU에서 은퇴한 잭이 미국과 중동 간 평화협정을 방해하려는 이들의 대통령 암살 기도를 막는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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