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철학을 건축물이라 보면 정교한 새의 ‘둥지’가 모델”

  • 동아일보

평생 사유의 결실 책으로 낸 박이문 교수

◇ 둥지의 철학/박이문 지음/292쪽·2만 원·생각의나무

박이문 교수는 “기존의 다양한 세계인식 방법과 다른 철학적 인식방법은 없을까,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우주 전체의 현상을
사실과 가장 잘 맞게 설명하는 철학은 존재할 수 있는가, 이런 맥락에서 ‘둥지의 철학’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 생각의나무
박이문 교수는 “기존의 다양한 세계인식 방법과 다른 철학적 인식방법은 없을까,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우주 전체의 현상을 사실과 가장 잘 맞게 설명하는 철학은 존재할 수 있는가, 이런 맥락에서 ‘둥지의 철학’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 생각의나무
“여러 가지 양식 가운데서 철학이 가장 포괄적이고 견고한 세계관, 즉 우주에 관한 포괄적이고 관념적인 건축물이라고 전제한다면 그 건축의 모델을 새의 건축물인 ‘둥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둥지’라는 개념은 수많은 전통적 철학담론의 아포리아, 즉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함께 풀 수 있는 비전이라고 확신하며 이런 인식론을 나는 ‘둥지의 철학’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평생의 철학적 사유를 ‘둥지의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온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80)가 사유의 결실로 책을 펴냈다. 한국 프랑스 미국을 오가며 철학적 삶을 살아온 그의 학문 여정을 집약한 책이다.

‘둥지의 철학’에서 그가 보는 철학은 ‘언어를 재료로 한 우주의 관념적 건축학’이다. 그는 “철학적 체계의 구축은 새들이 트는 ‘둥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없이 복잡하면서도 한없이 정교한 예술창작의 건축학을 요한다”고 말한다. 둥지의 철학은 그 자체가 곧 새로운 세계인 동시에 모든 것을 보는 새로운 눈이며 모든 것에 대한 물음의 틀인 동시에 모든 물음에 대한 대답의 새로운 방식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둥지’라는 건축물이 새것이 아니라 언제나 리모델링을 하는 건축물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둥지처럼 모든 사유, 모든 생명, 그리고 우주와 자연의 존재 자체는 언제나 전승된 것에 덧붙이는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둥지는 존재의 토대인 자연과 우주에 거스르지 않는 건축물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박 교수는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둥지’를 비교했다. “노자, 장자, 부처가 꾸민 동양적 우주의 둥지, 즉 동양적 세계관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유연하며 감성적 편안함을 느끼게 하지만 어딘가 그 구조가 엉성하고 흐물흐물하며 나약하게 느껴진다. 반면 플라톤, 데카르트, 니체, 헤겔 등의 서양철학의 세계관은 견고하고 앞뒤가 잘 맞아들어 가지만 상대적으로 차고 딱딱하며 숨이 막힐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계관이라는 관념적 건축물을 구상하고 설계하며 구축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스피노자의 ‘윤리학’이 지향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의 안전과 평화, 정신과 감성의 자유와 행복”이라며 “이런 가치가 최대한으로 실현될 수 있는 건축물의 이상적 모델은 새들이 자신의 거처로서 구축하는 ‘둥지’, 그들이 깃들이는 ‘보금자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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