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주로 어린이 책으로 출간돼온 ‘파브르 곤충기’가 완역본 형태로 나왔다. 김진일 성신여대 명예교수(68·사진)가 장 앙리 파브르(1823∼1915)의 철학과 사상을 빠짐없이 옮겨 현암사에서 전 10권으로 출간한 것. 곤충학자가 파브르 곤충기를 번역한 것은 처음이다. 1999년 프랑스어를 완역한 책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절판됐다.
파브르는 1879년 56세가 되던 해에 곤충기 1권을 출간한 뒤 86세가 되던 1909년까지 10권을 완성했다. 이후에도 펜을 놓지 않고 11권 출간을 준비했지만 1915년 세상을 떠나 그 이후의 곤충기는 나오지 못했다.
곤충학자로 40여 년을 보낸 김 교수는 “학문 경향이 점차 세분화되는데다, 프랑스로는 곤충학을 배우러 가지 않는 학계 풍토 때문에 앞으로는 일반 개론서인 파브르 곤충기에 관심을 두는 곤충학자가 없을 것 같아 번역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파브르가 다녔던 프랑스 몽펠리에 2대학에서 1978년 곤충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에 번역을 시작해 3년 반 동안 번역한 후 3년여의 개고와 편집과정을 거쳤다. 파브르가 연구한 1500종 이상의 생물명을 우리말로 옮겨 소개했고 프랑스와 기후 조건이 비슷해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곤충은 본래의 우리 이름을 따랐다. 파브르의 관찰을 독자가 재현해 볼 수 있도록 국내 분포 종은 별도로 표시했으며 생태사진 전문작가인 이원규 씨의 곤충사진을 원문에 있는 그림과 함께 담았다.
원문에 실린 곤충 이름 중에는 틀린 학명도 많아 현재에 통용되는 학명으로 추적해 바꿨다. 파브르가 오판했던 생물학적 사실과 과학정보도 주석에서 친절히 설명했다.
김 교수는 “파브르는 곤충들을 의인화하고 문학적인 표현을 많이 썼는데 이를 100% 살려내기엔 내 실력이 부족했다”고 말하며 “철학자처럼 사색하고, 예술가처럼 관찰하고, 시인처럼 느끼고 표현한 파브르 곤충기의 매력을 성인들도 만끽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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