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반항아 정일우, 기념일 챙기는 ‘게이’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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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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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뷰티풀 선데이’ 동성애자로 출연

연극 ‘뷰티풀 선데이’에서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 청년 준석 역으로 연기변신을 시도한 정일우(왼쪽)와 유부남에게 실연당한 노처녀 은우 역의 정선아, 동성애자가 아니면서도 동성애자를 자처하는 정진 역의 이상홍 씨. 사진 제공 제라
연극 ‘뷰티풀 선데이’에서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 청년 준석 역으로 연기변신을 시도한 정일우(왼쪽)와 유부남에게 실연당한 노처녀 은우 역의 정선아, 동성애자가 아니면서도 동성애자를 자처하는 정진 역의 이상홍 씨. 사진 제공 제라
TV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 ‘일지매’로 스타덤에 오른 정일우는 섬세한 외모와 대조적인 과묵한 반항아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그런 그가 첫 연극 연기에 도전한 ‘뷰티풀 선데이’(연출 조한준)에서 가냘프면서 섬세한 동성애자로 연기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06년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초연 후 매년 앙코르무대를 갖는 ‘뷰티풀 선데이’는 일본 극작가 나카타니 마유미 원작의 희곡을 번안한 작품. 등장인물은 셋. 유부남을 사랑했지만 헤어진 30대 노처녀 은우와 에이즈에 걸린 20대 초반의 동성애 무명화가 준석, 그런 준석을 집으로 데려와 돌봐주면서 스스로 동성애자를 자처하는 30대 노총각 정진이다. 외로움을 못 이겨 술에 취한 은우가 부지불식간에 옛집을 찾아왔다가 만난 준석-정진 커플과 함께 보내는 일요일 하루 동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일우는 동성애 화가 준석 역을 맡아 생전 처음 본 누나 은우(정선아)와 함께 목욕도 하고, 동거남 정진(이상홍·성준서)의 품에서 애교를 떠는 닭살 연기를 펼친다. TV에서 비친 그의 이미지와 비교했을 때 파격에 가까운 변신이다.

여성 관객이 압도적인 객석의 반응은 뜨겁다. 반항적인 테리우스의 이미지로 모성애를 자극하던 그가 온갖 기념일을 꼬박꼬박 챙기고 파티 좋아하고 여자 고민을 다 들어주는, 한마디로 여자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는 남자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외모의 은우는 이런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다. 씩씩해 보여도 마음은 상처투성이인 은우는 다른 남자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위안을 다정한 준석과 속 깊은 정진 커플에게서 얻는다. 대학로 연극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일본 여성관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2000년 초연된 이 작품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보편적 인간애로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다른 예술작품과 비교하면 멋진 남자들의 동성애를 통해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순정만화에 더 가깝다. 이 때문에 정일우의 파격적 이미지 변신도 그리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종반부 준석이 차마 말 못한 마음의 상처를 내보이는 순간 본래의 반항적 눈빛을 좀 더 끌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만5000∼3만 5000원. 3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양레퍼토리극장. 02-3672-807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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