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1964년 도쿄올림픽 테러에 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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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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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은행나무
사진 제공 은행나무
◇올림픽의 몸값/오쿠다 히데오 지음·양윤옥 옮김/472쪽, 468쪽·각 권 1만3000원·은행나무

‘남쪽으로 튀어’ ‘공중 그네’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올림픽의 몸값’은 여러 면에서 복고적인 소설이다. 우선은 시대 배경이 그렇다. 때는 1964년 올림픽 개막을 앞둔 도쿄. 전후 새롭게 건설된 지 20년도 되지 않은 도쿄에는 앞으로 이 도시의 상징이 될 거대한 건물들이 한창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요요기 종합체육관이 지붕부터 위용을 드러내고 있고 고속열차가 다니기 시작하며 젊은 여성들은 비틀스에 열광한다.

스무 해 남짓한 청춘기에 접어든 도쿄는 그해 여름 덮쳐온 미증유의 폭염 못지않게 올림픽이란 거대한 축제의 열기로 들끓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이 도시 곳곳에서 방화, 폭발 테러가 일어난다. “나는 도쿄 올림픽의 개최를 방해할 것이다. 며칠 안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요구는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라는 편지가 중앙 경시총감 앞으로 배달된 지 며칠 후부터다.

처음 이 편지를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했던 경찰과 공안국은 비상 상태에 돌입한다. 무엇보다 언론에 이 사건이 새나가지 않도록 보안에 만전을 기하며 범인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만약 보도가 된다면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일본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범죄 현장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스릴러의 형식을 갖췄지만, 예상과 달리 범인이 누구인지는 1권 중반에 이르기도 전에 윤곽이 드러난다. 아키타의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났으나 영화배우 못지않은 외모와 천재성으로 도쿄대 경제학부에 진학해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시마자키 구니오다. 그는 도쿄 올림픽을 볼모로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만약 그것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개막식 당일 행사장 한 곳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다. 그야말로 ‘올림픽의 몸값’을 내놓으라는 당돌한 요구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 씨
작가 오쿠다 히데오 씨
문제는 그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 사연이다. 몇 가지 단서가 등장한다. 구니오는 마르크스를 전공한 하마다 교수 연구실에서 공부 중이라는 사실. 건설 현장의 노동자로 하루 열여섯 시간씩 일하며 번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했던 큰형이 병사했다는 것. 막 호황기로 접어든 도쿄는 나날이 번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향 아키타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노동과 가난에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 마치 아주 다른 나라의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격차에 분노한 구니오는 실질적인, 하지만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기로 결심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주제 면에서 이 소설은 또 한번 복고적이다. 전후 일본에서 본격화된 산업자본주의의 불평등과 빈부격차 문제, 마르크스주의에 혼을 빼앗긴 청년들의 좌익테러운동 등이 ‘올림픽 몸값’을 요구하는 허무맹랑한 폭탄범들의 이면에 있기 때문이다.

구니오 외에도 소설에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올림픽 개막식 경비를 총괄하는 경시감의 철없는 막내아들이자 방송국 예능 PD인 스가 다다시, 경시청 수사과의 형사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폭탄범 추격에 뛰어든 오치아이 마사오, 도쿄대 앞 헌책방집 딸로 비틀스에 열광하는 고바야시 요시코 등이다. 등장인물의 각양각색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서사의 폭은 넓혔지만 범행 동기, 결말 등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단순하다. 쉽고 가볍게 읽히는 이유다. 2권은 2월 둘째 주 중 출간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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