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22>君子는 不以言擧人하며 不以人廢言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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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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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말을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들어 쓰지 않고 사람이 나쁘다 하여 그의 좋은 말을 버리지 않는다.

明鏡止水(명경지수)라는 말은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邪念(사념)이 없는 깨끗한 마음을 일컫는다. 군자의 마음은 바로 명경지수와 같아 판단이 명확하다고 한다. 곧, 어떤 사람이 말을 잘한다고 해서 그를 擧用(거용)하지는 않으며 덕행 없는 인물이라고 해서 그의 좋은 말까지 廢棄(폐기)하지는 않는다. ‘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에서 공자는 군자의 公平無私(공평무사)한 知鑑(지감)에 대해 그와 같이 말했다.

不以言擧人은 좋은 말 하는 사람이 반드시 훌륭한 인물은 아니므로 말만 듣고 그 사람을 들어 쓰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以는 이유나 근거를 나타내는 介詞(개사)다. 不以人廢言은 德行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그가 한 말이 유익할 때는 버리지 않고 쓴다는 뜻이다.

정약용은 이 章을 풀이해서 ‘易言之人(이언지인)을 君子不取(군자불취)하고 狂夫之言(광부지언)을 聖人有擇(성인유택)이니라’고 했다. ‘쉽게 말하는 사람을 군자는 취하지 않고, 미치광이 말이라도 성인은 채택한다’는 뜻이다. 易言(이언)의 예로는 ‘삼국지’의 馬謖(마속)을 들었다. 마속이 병법 논하기를 좋아하자 劉備(유비)는 그의 말에 과장이 많음을 알고 크게 써서는 안 된다고 했다. 諸葛亮(제갈량)이 魏(위)나라를 정벌하려고 祈山(기산)을 공격할 때 마속은 제갈량의 지시를 어겨 크게 패했다. 성인이 狂夫의 말을 들은 예로는 ‘시경’ 大雅(대아) ‘板(판)’의 ‘옛날의 현자가 한 말이 있으니, 芻요(추요)에게도 묻는다 하네’라는 구절을 들었다. 추요는 꼴 베고 나무 하는 사람이다.

易言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 일반 대중의 쓸 만한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知鑑이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필요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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