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깜빡 놓친 크리스마스 선물, 뮤지컬로 해보세요

  • 동아일보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오 헨리의 단편소설 두 편을 하나로 엮은 뮤지컬 ‘굿모닝 러브타운’. 사진 제공 쇼팩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오 헨리의 단편소설 두 편을 하나로 엮은 뮤지컬 ‘굿모닝 러브타운’. 사진 제공 쇼팩
대사보다는 음악이 귀에 쏙 들어오는 뮤지컬이다. 청아한 피아노 선율과 잔잔한 타악기 반주로 진행되는 ‘밤하늘의 별’과 ‘크리스마스의 선물’은 눈을 감고 들으면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감동이 서려 있다. ‘러브 유’와 같은 남녀 주인공의 이중창과 ‘텅 빈 주머니’, ‘난 같은 여자일까?’와 같은 독창도 서정적이면서 폭발하는 힘이 있다. 작곡가 랜디 코츠의 선율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과 ‘경찰관과 찬송가’를 하나로 엮어 만든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한국어공연 ‘굿모닝 러브타운’(신태영 연출)의 미덕이다. 아쉬운 점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의 대본과 가사다.

작품의 주인공은 셋. 크리스마스를 앞둔 가난한 부부 짐(정지환)과 델라(문진아), 그리고 추운 겨울을 이기기 위해 감옥에 들어갈 방법을 고민하는 노숙자 소피(박진표)다. 짐은 머리카락이 풍성한 델라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대대로 가보로 물려받은 회중시계를 팔고 델라는 짐의 회중시계 줄을 사주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른다. 소피는 철창신세를 지려고 온갖 경범죄를 저지르지만 번번이 무산되자 하늘의 뜻이란 생각에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순간 어이없는 사건으로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크리스마스 계절에 벌어졌다는 것을 제외하고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의도와 결과가 항상 빗나가는 아이러니다. 하지만 공연은 그 아이러니의 시큼한 맛을 살리지 못한다. ‘크리스마스=사랑’이라는 주제에 함몰됐기 때문이다. 소피가 경찰에 붙잡혀가는 순간에 행복한 웃음을 짓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어 번역과정에서 생긴 문제일 수 있겠지만 가사가 선율의 서정성을 살리지 못한다. 급하고 숨 가빠서 귓가에 맴돌지 못하고 바로 튕겨 나간다. 음악은 정겨운 옹달샘인데 가사는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수다.

원제는 ‘동방박사의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의 기원이 예수탄생을 축하하는 동방박사의 선물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다. 지금 미국에선 상업주의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크리스마스 선물 거부운동이 일고 있다. 선물로 현금을 가장 선호하는 시대에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작품이다. 3만∼4만 원. 2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라이브극장. 02-548-1141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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