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시아 카스가 1930년대에 바치는 샹송

  • 동아일보

데뷔 20주년 앨범 ‘카바레’ 발매

한국의 대중음악 청중에게 샹송은 클래식보다 낯설다. 남미와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월드뮤직’ 바람에서도 비켜 있던 음악. 파트리시아 카스(44·사진)가 데뷔 20년을 맞아 발표한 ‘카바레’는 샹송의 오래 묵은 낯섦을 털어낼 만한 세련미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음반 타이틀인 카바레는 19세기 말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발생한 상업공간이다. 음악과 댄스가 뒤섞인 쇼를 보여주며 술과 음식을 팔았다. 파리 몽마르트르의 ‘물랭 루주’가 널리 알려졌다. 일부러 건반 몇 개의 조율이 어긋난 피아노를 써서 만든 두 번째 트랙 ‘La Chance Jamais Ne Dure(행운은 절대 오래가지 않아)’는 담배연기 자욱했던 당시 유럽 카바레의 몽롱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제목은 자신의 이름 Kaas의 K를 써서 원래 철자 ‘Cabaret’와 다른 ‘Kabaret’로 표기했다. K는 프랑스어에서 많이 쓰지 않는 알파벳이다. 카스의 출생지는 프랑스 동북부의 모젤. 1871년 프랑크푸르트 조약으로 독일에 넘어갔다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19년 베르사유 조약으로 프랑스에 돌아온 땅이다. 카스는 자신의 출신을 드러내는 독일어 느낌의 거친 억양을 데뷔 때부터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그가 세계 시장에서 16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데에는 ‘말랑말랑한’ 기존 샹송과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박력 있는 창법의 힘이 컸다. 이번 앨범에 뚜렷이 강조해서 내세운 ‘K’자에서는 샹송에 대한 그의 책임감과 자부심이 엿보인다.

카스는 CD 커버 속지 글 첫 페이지에서 “이 앨범을 1930년대에 헌사한다”고 썼다. 1930년대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의 카바레에서는 파시즘에 반대하는 문화운동이 활발히 벌어졌다. 카스의 카바레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흐름에 원숙한 세련미로 반기를 든 음반이다. 담백한 프랑스 영화에 푹 빠져 있을 때 느껴지는 짙은 에스프레소 향이 귀를 통해 전해진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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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부 손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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