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국내초연 뮤지컬 ‘웨딩싱어’ 주연 로비역 황정민-박건형 매력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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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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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찡한 ‘순수 본색’ vs 힘 넘치는 ‘액션 본색’

● 황정민
프러포즈 장면 애틋함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

● 박건형
큰 동작의 노래-춤 압권 각 장면 호흡 잘 살려내

“관절염에 시달릴 땐 업어줄게. 배탈이 났을 땐 약도 사주고 고장 난 물건도 고칠게. 근사할 거야. 너와 늙는 것.”(뮤지컬 ‘웨딩싱어’ 넘버 ‘당신과 함께 늙어가기’)

뮤지컬 ‘웨딩싱어’는 조건을 따지지 않는 진실한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드루 배리모어와 애덤 샌들러가 나온 1998년작 영화를 200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만들었다. 이번 무대가 국내 초연이다. 결혼피로연 전문밴드 ‘사랑의 화신’의 리드싱어 ‘로비’로는 배우 황정민(39) 박건형 씨(32)가 활약하고 있다. 뮤지컬평론가 조용신 씨는 “수많은 뮤지컬이 경쟁하는 지금 ‘웨딩싱어’는 주연배우들의 퀄리티 면에서 1위”라고 평했다.

소박하게 살지만 마음 따뜻한 청년 로비는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이들 배우를 통해 두 가지 색깔로 무대에서 만개한다. 두 배우는 인물 해석과 세부적인 동선부터 애드리브까지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강렬한 리듬의 넘버와 군무로 쇼가 강조된 1막에서는 박 씨가, 로비의 감정 변화를 그린 2막에서는 황 씨가 부각된다.

‘황로비’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극중 라스베이거스에서 글렌(이필승)과 결혼식을 하기 직전 줄리아(방진의)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 사랑하지만 오해로 멀어졌던 줄리아에게 주저하다 결국 고백하고 직접 만든 노래를 울먹이며 불러줄 때, 로비의 애틋한 마음이 객석에 오롯이 전해진다. 최성신 연출은 “정민 씨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호흡을 가지고 이 장면으로 들어온다. 로비가 줄리아의 결혼식을 중단시킬 수밖에 없는 그 감정과 느낌을 배우 자신이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 씨는 극 전반부의 결혼식장에서 약혼녀 린다(류승주)에게 바람 맞은 뒤 넋이 나간 듯했다가 줄리아의 결혼 준비를 도와주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가는 로비의 감정 흐름을 힘 있게 이끌어간다. 무대 위에서 ‘황로비’는 순수하다 못해 어수룩하다. 영화 ‘너는 내 운명’(2005년)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였던 농촌총각 석중의 모습도 비친다. 밴드의 동료 새미 역할을 맡은 라준 씨는 “정민 형님과 ‘띠 동갑’이라 처음에는 로비의 등을 치는 장면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형님이 연기하는 로비의 진심이 느껴져 그 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박로비’의 장점은 에너지 넘치는 노래와 183cm의 큰 키로 손발을 쭉쭉 뻗어 추는 춤. 뮤지컬평론가 이수진 씨는 “박건형 씨가 동작을 크게 해 보여주는 액션은 관객들로 하여금 ‘저 배우가 우리를 배려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박로비’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린다에게 차인 뒤 결혼피로연 장에서 ‘사랑의 폐품’을 부를 때.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차용해 만든 이 넘버를 통해 사랑받았다는 믿음이 산산조각난 남자의 처절한 심경을 코믹하면서도 짠하게 그려낸다.

최성신 연출은 “건형 씨는 뮤지컬 배우답게 장면마다 음악(삽입곡)을 가지고 놀 줄 안다. 재치와 센스가 있어 각 장면의 호흡을 잘 살려낸다”고 말했다. 박 씨가 만들어 낸 로비는 건들건들하면서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웨딩싱어’는 당시 유행한 디스코 리듬, 복고풍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으로 미국 무대에서 관객의 향수를 자극해 인기를 끌었다. 한국 무대에서는 시대 배경보다 ‘러브 라인’을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 장면에 등장하는 ‘짝퉁 연예인’들도 원작의 빌리 아이돌, 드라마 ‘A특공대’의 B A 대신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아놀드 슈가(아널드 슈워제네거)’, ‘티나 털어(티나 터너)’ 등으로 바꿨다. 윤공주, 김소향, 양꽃님, 박정표 출연. 2010년 1월 3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4만∼10만 원. 02-501-7888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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