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LED조명에 볼 장식… 동화 - 서커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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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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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성탄 준비

《로마 시대 사람들은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을 기념해 푸른 상록수 가지로 집을 장식했다고 한다. 푸른 나뭇가지를 위안삼아 춥고 어두운 겨울을 견뎌 냈을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을 추정하는 여러 설(說) 중 하나인데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그토록 절절했나보다. 수천 년이 흘러 로마와 멀리 떨어진 서울 도심에도 크리스마스트리가 빛을 발한다. 밤이 깊을수록 절정에 이르는 발광(發光)으로 12월의 도심은 눈부시다. 비록 열한 달이 우울했더라도 마지막 달은 화려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해보자. 새 기분으로 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불이 켜졌다. 도심을 들뜨게 하는 백화점들의 치장이 유혹적이다.》
○ 동심의 세계

신세계백화점은 매년 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는데 올해 테마는 ‘오즈의 마법사’다. 백화점 외관 전체가 오즈의 마법사가 사는 ‘에메랄드 시티’를 옮겨놓은 듯 신비롭다. 오후 5시마다 불이 켜지면 백화점 외벽에 달린 수만 개의 발광다이오드(LED)와 크고 작은 볼이 그린 빛 에메랄드 성에 흰 눈송이가 떨어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백화점 1층에는 3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고, 신목(神木)으로 불리는 자작나무가 설치돼 흰 눈 가득한 겨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오즈의 마법사 장면을 재현한 곳곳의 조형물이 동화 속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도로시가 회오리에 휩쓸리는 첫 장면에서부터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에메랄드 성으로 가는 길, 마녀를 없애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내용이 그려져 있다. 빨간 구두를 신은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로봇, 사자도 만날 수 있다. 국내 설치미술 작가그룹인 플라잉시티의 작품이다. 13일까지 12층 갤러리에서 오즈의 마법사 전시전도 진행된다.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오너먼트(크리스마스트리 장식). 현대백화점은 국내 유명 작가와 디자이너 23명에게 부탁해 2만여 개의 오너먼트를 제작했다. 함박눈이 내리는 듯한 대형 볼, 새해의 힘찬 비상을 표현하는 레드 컬러의 깃털, 화려한 큐빅 디자인 등 저마다의 빛을 내는 오너먼트는 이달 말 경매에 부쳐지고, 수익금은 어려운 가정형편의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나눠서 더 기쁜 연말이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오너먼트(크리스마스트리 장식). 현대백화점은 국내 유명 작가와 디자이너 23명에게 부탁해 2만여 개의 오너먼트를 제작했다. 함박눈이 내리는 듯한 대형 볼, 새해의 힘찬 비상을 표현하는 레드 컬러의 깃털, 화려한 큐빅 디자인 등 저마다의 빛을 내는 오너먼트는 이달 말 경매에 부쳐지고, 수익금은 어려운 가정형편의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나눠서 더 기쁜 연말이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 크리스마스 선물

현대백화점은 LED 4000개로 장식된 초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외에 수만 개의 볼로 가득하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다는 오너먼트(장식품) 볼을 활용해 매장 전체를 크리스마스트리 분위기로 연출했다. 사진작가 배병우, 의상 디자이너 이상봉 등 내로라하는 국내 작가와 디자이너 23명이 기증한 2만여 개의 볼이 화려함을 넘어서 환상적이다. 이상봉 씨는 ‘함박눈이 내립니다’로 시작하는 고은 선생의 시 ‘함박눈’을 대형 볼에 눈 내리는 형상으로 새겨 넣었고,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씨는 규방 공예작품인 둥근 바늘방석으로 전통적인 장식품을 만들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규태 교수는 대형 투명 볼에 화려한 큐빅으로 ‘LOVE’를 사랑스럽게 장식했다.

백화점은 지름 10cm의 작은 것부터 크게는 50cm가 넘는 대형 볼까지 2만2000여 점의 볼을 자선경매에 부칠 계획이다. 이달 28일부터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1000∼5000원 선에 판매해 수익금을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제작단가만 최고 10만 원이 넘는 데다 작품 한 점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유명 작가들의 디자인이 더해져 장식을 구매하는 고객도, 도움을 받는 어린이들도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셈이다.

○ 서커스 축제

롯데백화점은 ‘서커스’를 주제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매일 밤 보는 즐거움에 직접 체험하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도록 파티가 열린다. 우선 외벽에는 크고 작은 별 모양의 LED를 달아 밤마다 환상적인 라이트쇼를 선보인다. 외부 광장에는 서커스천막을 설치해 연인과 가족들이 사진도 찍고 이벤트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피에로와 광대 코끼리 등의 캐릭터가 서커스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백화점 내부에는 피에로 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곡예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는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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