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유리… 그래도 따스한 조각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최태훈 - 심소라 개인전

조각에 대한 새로운 감성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하나는 무겁고 견고한 스테인리스스틸 조각에 빛을 결합한 최태훈 씨의 ‘듀얼 스킨 프로젝트’전, 다른 하나는 깨지기 쉬운 유리를 소재로 입체뿐 아니라 설치, 회화, 공예작품을 선보인 심소라 씨의 ‘유리를 통해 보다’전. 쇠와 유리의 물성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는 전시란 점에서 신선하고, 소재의 강약을 극적으로 활용한 작업의 치열함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 최태훈 전

예전의 추상적 조각과 많이 달라졌다. 1∼3층 전시장에는 침대, TV, 소파, 욕조, 변기 등 주거공간에서 접하는 사물이 실물 크기의 육중한 철 조각으로 탈바꿈해 자리 잡고 있다. 고된 과정 때문에 젊은 작가들이 기피하는 용접 조각을 고집해 온 작가. 9번째 개인전에서는 일상의 사물에 시각적 판타지를 부여한다.

‘철을 학대하듯’ 공기를 이용한 기구로 철을 절단해 그 조각을 이어 붙여 완성한 작품들. 그 안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접목해 틈새에서 은은한 빛이 쏟아진다. “작업실에서 낮술을 먹고 자고 있다가 나무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강렬한 빛을 보고 착안한 작품이다. 차갑고 인간미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철의 느낌을 새롭고 생명력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8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 02-725-1020

○ 심소라 전

깨진 유리, 흠집 난 유리, 이물질이 들어간 유리 등 일반적인 눈으로 보면 어딘가 불완전한 유리가 완성도 높은 예술작품으로 태어났다. 작가는 깨진 유리 파편을 고온에서 액체화시킨 후 주물로 떠내 인체조각을 만들고, 판유리를 조각내고 그 파편을 다시 맞춰 거대한 심장을 표현한다. 유리에 낸 흠집으로 아이 얼굴을 그리고, 이물질이 들어간 유리는 비와 눈 오는 풍경으로 변한다. 제작부터 운반까지 ‘완벽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란 점을 생각하면 작품의 다양성과 정밀함에 감탄이 나온다.

“나는 왠지 하자 있는 존재에 끌린다. 그들이 더는 부족한 존재가 아닌, 또 다른 정체성으로 공존하기를 기대하며 시작했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불완전함을 통해서 비로소 존재의 완전함이 아닌, 온전함을 볼 수 있음을….”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키미아트갤러리. 02-394-641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