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점점’ 오나라 “무대 맨 앞에 서려고…춤 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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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17시 27분


1발레전공이면 춤 전문? 앙상블 지겨워서 몸치인 척 하죠
2 스물아홉 노처녀 단골? 이번엔 서른…한 살 더 먹었어요
3 안티에 의연한 강심장? 악플에 옹호 댓글 다는 소심녀죠
4 日 활동당시 해프닝은? ‘오나라’가 일어로 하하하…방귀

환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한 뮤지컬 배우 오나라. 앳된 얼굴로 보이지만 실제 13년차의 베테랑이다.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환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한 뮤지컬 배우 오나라. 앳된 얼굴로 보이지만 실제 13년차의 베테랑이다.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뮤지컬 ‘점점’은 이름 그대로 점(占) 이야기이다.

안방극장에 ‘무릎팍 도사’가, 영화 스크린에 ‘청담보살’이 내걸렸다면 공연장 무대에는 ‘점점’이 있다. 뭐 이런 식인가 보다.

‘점점’은 요즘 유행하는 로맨틱 뮤지컬이다. 점과 미신을 소재로 삼았지만 가벼워 훌훌 날아갈 것 같은 작품. 악어컴퍼니가 만들었고 25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한다.
‘로맨틱 뮤지컬!’ 하면 이 여인이 생각난다. 배우 오나라. ‘싱글즈’와 ‘김종욱찾기’의 그 오나라. 급기야 2006년 제12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김종욱찾기’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바로 그 오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 배우에 대한 오해가 있다. ‘싱글즈’, ‘김종욱찾기’의 인상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이게 전부인 줄 안다. 첫 데뷔작을 ‘아이러브유’로 오인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제가 뮤지컬한 게 13년이 넘었어요. 스무 작품도 넘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께서 제가 일본에 가기 전 작품은 기억 못하시더라고요. 신인으로 오해하시는 분도 계시다니까요.”

여기서 바로 잡자. 오나라는 1996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해 이듬해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했다.

2001년 일본의 명문 극단 ‘시키’에 들어가 활동했고 2004년 귀국해 ‘아이러브유’에 합류했다.

‘싱글즈’, ‘김종욱찾기’ 모두 오나라가 초연했다. 이번 ‘점점’도 한국초연이다. 어쩐지 초연 전문배우 같은 느낌이다.

“스태프 분들이 처음에 시놉시스를 보고 ‘오나라가 딱이야’하셨대요. 대본을 보니까 기존에 제가 많이 했던 로맨틱 코미디하고 다른, 신선한 소재가 와 닿더라고요. 제가 또 ‘노처녀 전문배우’잖아요? ‘싱글즈’와 ‘김종욱 찾기’에서는 스물아홉으로 나왔는데, ‘점점’에서는 서른 살로 나와요. 한 살 더 먹은 거죠, 하하!”

“실제 나이는 어떻게 되시죠?”
“ … … ”

오나라는 상복이 많은 배우다. 여우주연상 외에도 한국뮤지컬대상 인기스타상, 더 뮤지컬 어워즈 여자인기상 등을 줄줄이 받았다.
뮤지컬 배우 오나라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뮤지컬 배우 오나라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가진 거에 비해 운이 좋았죠. 은근히 찔려요. 솔직히 여우주연상 받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당시 사진을 보시면 다른 사람들은 다 꽃다발 들고 있는데 저만 없거든요?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 받을 일 없으니 가져오지 말라고 했어요. 오죽하면 제작사 측에서도 준비를 안했겠어요. 그런데 덜컥 받아버린 거죠.”

“원래 발레가 전공이지요? 노래보다는 아무래도 춤이 자신있을 것 같습니다만.”

“제가 13년 정도 배우 하는 동안 거의 절반 이상이 앙상블이었어요. 경력에 비해 뒤에서 오래한 케이스죠. 왠 줄 아세요? 무용과 출신이라서 그래요. 춤을 잘 춘다는 이유로 앙상블을 한 거죠. 춤추는 배우가 부족하거든요.”

뒤가 아닌 앞에 서기 위해서는 춤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배우 오나라의 경력에서 ‘춤’이란 글자가 삭제됐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 할 일도 생겼다. 최근 모 회사 뮤지컬 작품을 위해 오디션을 봤는데 사장님이 이랬단다. “뭐? 오나라가 춤을 춰?”

오나라는 의외로 남자보다 여성팬이 많다. 그것도 10대 소녀부터 50대 아주머니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무슨 이유일까?

“털털함? 대리만족을 시켜 드리나 봐요. 감사하죠. 공연 끝나고 팬들을 많이 챙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일일이 인사하고, 사진 찍고. 항상 그분들과 얘기하는 시간을 갖죠. 그러다 보니 뭔가 신비한 배우라기 보단 친한 언니, 동생 정도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오나라는 중소형 극장무대에 강하다.

“시작할 때부터 선배님들이 ‘넌 몸이 왜소하고 목소리나 말투(정말 독특하다!)가 대형보다는 작은 극장에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저도 소극장 체질인 거 같아요. 큰 극장은 반응이 한 번 걸러서 오는 게 답답하더라고요. 바로 바로 반응이 안 오면 불안해요. 겁이 많나 봐요.”

“인터넷 댓글에도 신경을 쓰는 편인가요?”

“그럼요, 흑흑! 소심하게 안티 글 밑에 댓글 단 적도 있어요. ‘오나라 안 그런 거 같던데요’라고요. 그랬다가 밑에 악플이 더 많아졌어요. ‘아니긴 뭐가 아니얏!’. 흐흐”

끝으로 오나라가 극구 기사화를 말렸던 에피소드 한 토막.

일본에 진출했을 때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앞에 나간 오나라는 최대한 예쁜 표정과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좌중이 뒤집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공주님 대접받았던 예쁜 이름 ‘오나라’. 일본에서는 ‘방귀’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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