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박영훈의 돌, 중국勢 누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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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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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세계기왕전 4강 올라… 내일 2대 2 韓-中대결

9일 제주 서귀포시 휘닉스아일랜드에서 열린 14회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에서 이창호 박영훈 9단이 승리해 한국이 체면치레를 했다.

이날 한국은 두 기사를 포함해 최철한 9단이 출전했다. 11월 랭킹에서 최 9단이 1위, 이 9단은 3위, 박 9단은 4위를 기록해 휴직 중인 이세돌 9단(2위)을 빼면 최정예부대가 출전한 셈.

지난주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전 4강전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였던 이창호 9단이 추쥔(邱峻) 8단에게 져 결승전이 중국 선수 잔치로 변한 터라 한국 선수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8강의 나머지 출전자들은 구리(古力) 쿵제(孔杰) 9단, 후야오위(胡耀宇) 추 8단, 조선족 박문요 5단 등 중국 기사였다.

돌을 가린 결과 한국의 세 기사가 모두 백을 잡았다.

이 9단은 제14회 삼성화재배 4강전 상대였던 추 8단과 만나 설욕전을 다짐했다. 중반까지 평온했던 바둑은 중앙 백과 하변 흑이 수상전 모양이 되면서 이 9단이 어려운 국면을 맞기도 했지만 사석작전을 성공시키며 승리했다. 수순은 218수에 불과했지만 승패를 건 패싸움이 길게 이어지면서 다른 대국보다 1시간 늦은 오후 6시 40분에야 막을 내렸다.

박 9단 역시 중반 한때 상대 후 9단의 두터움에 밀려 중앙에 양곤마가 생기면서 패배의 멍에를 쓰는 듯했다. 하지만 후 9단의 느슨한 공격을 놓치지 않고 흐름을 반전시키며 212수 만에 승리를 거뒀다.

기대를 모았던 최 9단은 초반 좌변에서 흑에게 대세력을 허용한 뒤 무리하게 침투했다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크게 불리한 형세에서 묘수를 터뜨리며 많이 따라잡은 듯했지만 쿵 9단의 깔끔한 마무리에 무릎을 꿇었다.

박문요 5단은 예상을 뒤엎고 중국 1인자이자 지난 기 우승자인 구 9단을 눌렀다.

이 9단과 박 9단의 4강 진출로 한국팀이 참패를 면하긴 했지만 세계대회에서 중국세에 밀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승준 9단은 “3년 전만 해도 국내 1∼5위의 상위 랭커가 나가면 중국보다 낫다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이번 대회처럼 최정예가 나가도 가슴을 졸이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세돌 9단의 공백이 크긴 하지만 최 9단 같은 중간 허리층과 김지석 6단, 박정환 4단, 신예 기사들의 활약이 중국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국가대표팀을 구성해 강자들끼리 수시로 연구하는 체제를 갖추고 중국바둑리그의 활성화로 실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데다 조기 입단을 통해 유망주를 일찍 발굴해 온 효과가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 바둑계의 분석이다.

4강전은 11일 같은 장소에서 이창호 대 박문요, 박영훈 대 쿵제의 대결로 한중 승자를 가린다. 역대 전적은 모두 한국이 좋지 않다. 이 9단은 박문요 5단과 1승 2패를 기록하고 있고 박 9단은 쿵 9단에게 무려 5연패 중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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