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건축전에 모형-도면이 없네

  • Array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 잠실 ‘건축디자인초대전’

미국 건축가그룹 MOS가 뉴욕에 세운 가설건축물을 배경으로 직접 제작한 단편영화 ‘탈출’. 사진 제공 서울시
미국 건축가그룹 MOS가 뉴욕에 세운 가설건축물을 배경으로 직접 제작한 단편영화 ‘탈출’. 사진 제공 서울시
일상에서 건축의 기억이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실제 공간의 체험으로 쌓여간다. 그러나 전시를 위한 공간에 ‘건축’이 등장할 경우 모형과 도면을 건조하게 나열하는 데 그치기 쉽다.

29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세계건축디자인초대전’은 모형과 도면의 틀을 벗어던진 건축전시 이벤트다. 국내외 33명의 건축가가 참여해 ‘서울디자인올림픽 세계건축 2009’와 ‘사용설명서’ 등 2개 섹션으로 영상과 설치작품, 컴퓨터그래픽, 공간체험 모형을 선보인다.

1960년대 ‘생장(生長)하며 움직이는 건축물 프로젝트’를 제안해 화제를 모았던 영국 아키그램 건축그룹의 대표 건축가 피터 쿡 씨는 자신의 생활모습을 담은 동영상 ‘크랩 스튜디오 속의 삶’을 내놓았다. 그의 치열한 일상을 들여다보면 스크린 옆 대형 패널을 가득 메운 스케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의 필리프 람 씨는 영상물 ‘기후건축’에서 공기 흐름 등의 기상현상을 건축 디자인의 매개체로 이용한 작업을 자신의 육성으로 소개했다. 미국 건축가 마이클 말트잔 씨의 추상 프로젝트 ‘산란 표면’도 일방적 설명보다 상호 소통을 추구한 건축 전시물이다. 디자인의 실마리가 될 만한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을 관객과 나누려 시도한다. 엔아키텍츠 스튜디오의 ‘빌라-빌라’는 온도 변화에 따라 스스로 작동하고 멈추는 냉난방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절약형 거주 공간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체험 전시공간이다.

미국 하버드대 건축과의 마이클 메리디스 교수와 예일대의 힐러리 샘플 교수가 만든 건축가그룹 MOS가 올해 제작한 단편영화 ‘탈출(Escape)’은 건축작품을 이용한 건축가들의 ‘놀이문화’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MOS가 뉴욕 퀸스 PS1 미술관 앞뜰에 세운 가설 건축물을 배경으로 삼아 공간을 매개로 한 세대간의 이해, 외계인과의 교신을 다뤘다.

‘사용설명서’ 섹션에서는 복잡한 기계를 위한 설명서처럼 건축물의 개념과 구조를 알기 쉽게 풀어놓았다. 비주얼 자료도 집중 배치했다. ‘반죽 건축물’을 표현한 비주얼 자료는 건축물 소재의 견고성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는다. 02-6361-3431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