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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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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딸과 6세 된 아들을 키우며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김삼철 씨(46·충남 연기군)는 그야말로 전업주부(主夫)다. 대구에서 연구교수로 지내는 아내와는 주말부부로 지낸다. 김 씨가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게 된 것은 2004년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아내가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자신이 다니던 고속철도 건설회사를 관뒀다. 김 씨는 “하루 종일 직장에 다니면 아이가 아파도 돌볼 수가 없다”며 “아이가 클 때까지는 취업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육아를 이유로 취업을 포기하는 남성 비경제활동인구가 지난해엔 ‘0명’이었다. 통계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올해 통계를 보면 518명이나 된다. 의미가 적지 않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가 넘은 인구 가운데 취업을 포기하거나 미룬 사람으로 실업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직장을 잃고 육아 또는 가사를 전담하고 있는 주부, 취업 준비 중인 학생, 휴·폐업한 자영업자 등이 4주 넘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남성 비경제활동인구는 501만1170명,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1014만 명이다. 이 중 근로능력이 있는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남성 25만2890명과 여성 23만6338명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남성의 0.2%인 518명, 여성의 9.4%인 2만2215명이 ‘육아’ 때문에 취업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록 여성에 비해 적은 수이지만 육아를 이유로 한 남성 비경제활동인구가 통계에 잡힌 것은 처음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 291명, 60대 227명으로 자녀나 손자를 보는 시기에 집중돼 있다. 이 시기에 배우자나 자녀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육아를 책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남녀 간 임금격차가 줄어들면서 수입이 많은 쪽이 일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도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홈대디’가 생겨난 배경으로 지목된다. 조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았지만 육아 때문에 취업을 포기한 가장은 없었을 것”이라며 “부성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남성의 육아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수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고용 불안정으로 남성이 육아를 분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출산 대책으로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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