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마녀’같은 상사가 청혼을?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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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출판사의 유능한 편집장 마거릿(샌드라 불럭). 깐깐하다 못해 남자 비서에게 생리대 심부름까지 시키는 뻔뻔한 상사다. 직원들에게 그녀의 별명은 ‘마녀’ 혹은 ‘사탄’.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추방명령이 떨어진다. 캐나다 시민권자인 그의 비자 연장이 거부돼 며칠 안에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마거릿은 종처럼 부리던 비서 앤드루(라이언 레이놀즈)에게 위장 결혼을 명령한다.

가짜 결혼을 하려던 남녀가 결국 진짜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 영화 ‘프로포즈’는 뻔한 설정에서 비롯된 ‘상사와 아랫사람’이라는 관계의 역전이 묘한 재미를 준다. 영화는 화려한 뉴욕을 배경으로 커리어우먼의 일상을 분주하게 훑으며 시작하지만 초반 단 몇 분에 불과하다. 이어지는 영화의 배경은 뉴욕이 아닌 알래스카 주. 둘은 앤드루의 부모에게 결혼 승락을 받으러 앤드루의 고향인 알래스카로 향한다. 마거릿은 ‘알고 보니’ 알래스카 재벌가의 자제였던 앤드루의 가족을 속이며 여러 사건에 부딪힌다.

알래스카라는 특이한 배경에서 보듯 뉴욕을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다. 남녀가 지지고 볶다 사랑에 빠지는 흔한 설정의 식상함을 벗어나려고 가족들을 등장시켰다. 죽기 전 손자의 결혼식을 보는 게 소원인 지나치게 솔직한 할머니와 순진한 어머니 등 주변인물로 인해 주인공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재미를 준다. 결혼을 우습게 봤던 마거릿이 앤드루의 가족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은 결혼의 무게를 곱씹게 만든다.

올해로 마흔다섯 살인 샌드라 불럭의 열연 덕에 영화는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깜짝 나신을 보여주는 장면이나 ‘생식의 풍요’를 기원하려고 할머니와 함께 해괴망측한 춤을 추는 모습에서 실컷 웃게 만든다. 앤드루 역 라이언 레이놀즈의 귀엽지만 엉뚱한 매력도 눈에 띈다. 그는 배우 스칼릿 조핸슨의 남편이다. 3일 개봉. 15세 관람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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