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내가 지킨다” 귀갓길 여성 위한 호신용품

  • 입력 2009년 8월 22일 22시 47분


가스총과 스프레이, 호루라기 등의 호신용 제품.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가스총과 스프레이, 호루라기 등의 호신용 제품.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우상이라며 심야 귀가 중인 여성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방송과 인터넷에 공개된 범행 장면을 담은 CCTV 화면에 따르면 이들이 여성을 납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남성 2명이 갑자기 차에서 내리더니 여성을 붙잡아 무차별 폭행한 뒤 피해자가 정신을 잃자 차에 태우고 그대로 사라진 것. 이 화면을 본 많은 여성은 "충격적이다.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신용 스프레이나 경보기를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경제 불황 속에서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밤에 여성을 납치, 감금한 사건이 2003년 290건, 2004년 496에서 2006년 777건, 2007년 906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여성은 신체적으로 열세에 있고 성적 경제적 욕구 모두를 충족해줘 범죄피해의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 대상 범죄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온라인 몰의 호신 및 방범용품 매출은 전월 동기대비 20~36%(인터파크는 36%, 롯데닷컴 29%, 11번가 20%) 가량 늘었다. 가격도 만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다양하다.

여성용 호신용품은 전기 충격기나 페퍼 스프레이 같은 공격용 무기와 호루라기, 경보기 같은 구조요청용으로 나뉜다. 특히 공격용 무기는 정확한 사용법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하면 무기를 빼앗기거나 가해자의 공격성을 자극할 수 있다.

● 전자 충격기(스턴건)

전자 충격기는 전기 쇼크의 원리를 응용해 적을 일시적으로 제어하는 호신용품이다. 1만~10만 볼트까지 전압의 종류가 다양하며 높은 전압일수록 범죄자를 퇴치하는 효과가 크다.

미국의 범죄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범죄자가 총을 가지고 있지 않고 대상자가 전자 충격기를 소지했다면 공격을 포기한다고 한다. 전자 충격기를 사용할 때는 상대방이 쓰러질 때까지 사용하는 게 좋은데, 1~5분간 충격을 가하면 5~20분간 쓰러져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전기 충격기는 상대방의 몸에 직접 갖다 대야 하고 상대가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면 효과가 낮아진다. 단 5만 볼트 이상의 제품은 두꺼운 옷에서도 효과가 있고 10만 볼트 이상이 되면 모피코트를 입었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찰의 허가가 필요 없는 제품은 전압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 가스총

가스총은 최루성 액체나 가스를 분사하는 호신용품이다. 대부분 경찰서에서 소지허가를 받아야 하나 그렇지 않은 제품도 있다. 보통 3~5m 거리까지 분사가 가능하며, 최근 나온 12연발, 25연발 분사기는 한 번에 여러 명의 범인을 제압할 수 있고 상대방의 시력을 일시적으로 상실하게 한다. 하지만 발사 시 바람의 영향을 받는데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발사한 본인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범인이 마스크나 안경으로 얼굴을 가렸을 때는 효과가 떨어진다.

● 페퍼스프레이

페퍼스프레이는 립스틱 형태의 가스 분사기다. 3~4m 거리까지 분사할 수 있어 상대가 다가왔을 때 강력한 최루액을 발사하여 범인의 호흡기를 공격해 제압할 수 있다. 스프레이는 범인의 얼굴, 특히 눈 부위에 분사해야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 전자 호루라기

전자 호루라기는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에 위축되는 범인의 심리를 이용한 호신용품이다. 휴대가 간편하고 버튼만 누르면 큰 호루라기 소리가 난다. 만년필처럼 클립이 있어 안 주머니에 꽂고 다닐 수 있는 제품도 있다.

● 휴대용 경보기

위급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안전핀을 뽑거나 버튼을 누르면 시끄러운 경고음을 울려 주변에 위험 상황을 알리는 제품이다. 보통 사람의 비명(90dB)보다 큰 130dB~150dB 정도의 큰 소리를 낸다. 보통 호루라기, 사이렌 소리를 내며 조난 비상 시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비상등이 달려있는 복합기능 제품도 등장했다.

● 비상용 휴대전화

유사시에 안전 고리를 힘껏 뽑기만 하면 강력한 경고음이 울리고, 미리 등록해 둔 친구나 보호자의 전화번호로 현재의 GPS 위치정보와 함께 긴급 메시지를 전달한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면 전원 꺼짐 알림 메시지와 함께 자동으로 위치정보를 전송한다.

굳이 비상용 휴대전화를 사지 않더라도 사고발생 시 경찰이 최소한 통화지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단축번호 1번을 112로 저장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휴대전화 한 대가 열 호신용품 부럽지 않을 때도 있다. 2년 전 홍대 도급 택시 살인사건의 범인들도 택시 안에서 전화 통화를 하던 여성은 살려 보냈다고 한다. 최근에는 차로 골목길을 가던 여대생을 뒤에서 들이받고 "병원에 가자"며 유인한 사건도 있었는데, 범인은 여대생이 휴대전화 단축번호를 누르고 아버지에게 구조 요청을 하자 도망쳤다고 한다.

호신용품은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핸드백 안에 다른 물건들과 마구 섞어 놓지 말고 주머니 등 손에 잡히기 쉬운 공간에 따로 넣어두었다가 인적이 드문 정류장, 주택가 외진 골목, 지하 주차장 등 불안한 장소를 지낼 때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좋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일단 납치되면 호신용품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때는 범인과 눈을 마주치지 말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저항 의지를 숨기는 편이 낫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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