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길에서 만나는 이웃 길고양이 다시 보기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이용한 지음/352쪽·1만3000원·북폴리오

“어느 날 고양이가 나에게 왔다. 달빛이 휘영청 골목을 비추던 밤, 버려진 은갈색 소파에 어미 고양이 한 마리가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와 함께 앉아 있었다.”

보름 뒤 무리를 다시 만난 저자는 먹이를 주면서 접근했다. 고양이는 조금씩 경계를 풀었다. 저자와 길고양이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1년 반 동안 집 주변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을 관찰했다.

저자는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시인. 섬세한 묘사가 읽는 재미를 자아낸다. 관찰에 따르면 ‘고양이 세수하듯 한다’는 말은 고양이를 허투루 보고 지어낸 말이다. 앞발에 침을 묻혀 몸 구석구석을 닦는 데 하루의 3분의 1을 보내기도 한다. 사고로 다리를 저는 동생 고양이에게 바짝 붙어 돌보는 언니 고양이의 모습에선 진한 형제애가 느껴진다. 처음 세상 구경에 나서는 아기 고양이의 모습, 새끼 고양이를 위해 차가운 칼바람을 막아서는 어미 고양이의 행동 등도 따뜻한 시각으로 기록했다.

우리 주위엔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아직 많지만 저자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심장이 뜨거운 똑같은 생명체다.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길거리 이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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