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한-중-일 초판 한자리에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화봉갤러리 희귀도서 전시회

경자-갑인자 등 고활자본도

1678년 출판된 존 버니언의 소설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 무거운 짐과 성서를 들고 하늘의 도시로 향하는 주인공의 노정을 그린 소설로, 1682년 네덜란드어로 번역된 뒤 120개국으로 소개된 기독교 문학의 고전이다. 영국을 비롯해 1853년 중국에서, 1879년 일본에서 그리고 1895년 한국에서 발간된 ‘천로역정’ 초판본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의 화봉갤러리에서 열리는 ‘책-인사동에 둥지 틀다’. 고서적과 근대서적, 지도 분야의 대표적 컬렉터인 여승구 화봉책박물관장이 2000년 이후 수집한 것들 가운데 230여 종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선 ‘천로역정’을 비롯해 경자자(庚子字), 갑인자(甲寅字) 등 15세기 금속활자로 찍은 희귀 고활자본 등 각종 고서, 아주 작은 크기의 좁쌀책 등이 전시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영국의 ‘천로역정’은 1678년 초판본을 1875년에 그대로 복제한 것. 한국의 1895년 초판본은 캐나다 선교사 게일 부부가 번역 출판한 목판본으로, 당시 풍속화가인 김준근이 삽화를 그려 넣었다. 중국의 1853년 초판본은 영국 선교사의 번역에 의해 목판으로 찍었으며 일본의 1879년 초판본은 중국어본을 번역한 것이다.

금속활자로 찍은 고문헌도 귀한 사료다. 조선 세종 때인 경자년(1420)에 만든 경자자 활자와 갑인년(1434)에 만든 갑인자 활자를 이용해 각각 찍어낸 ‘문공주선생감흥시(文公朱先生感興詩)’와 ‘조선부(朝鮮賦)’도 보기 힘든 유일본이다. ‘문공주선생…’은 주자의 감흥시를 소개한 것이고 ‘조선부’는 조선의 풍속을 기록한 것이다. 이 밖에 다산 정약용이 만든 한자 교과서 목판본 ‘명물소학(名物小學)’, 근대기 시인 김억의 ‘안서시집(岸曙詩集)’ 1929년 초판본도 흥미롭다. 02-737-0057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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