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피서 색다른 ‘마음의 양식’과 어때요?

  • 입력 2009년 6월 30일 02시 58분


독서고수 6인이 추천하는 ‘여름휴가에 읽을 책’ 60選

《휴가를 떠나기 위해 가방을 꾸릴 때면 책을 한 권쯤 가져가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방학을 맞는 학생들은 도서목록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결심과 동시에 고민이 생긴다. ‘무슨 책을 가방에, 목록에 넣을까’라는 고민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독서고수’들에게서 올 여름휴가 및 여름방학용 책을 추천받았다. 독서경영 전문가, 독서학교 대표, 도서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는 고수들은 ‘이 책 정도는 읽고 한 해의 절반을 마무리하자’는 뜻에서 상반기에 나온 신간들을 중심으로 책을 골랐다.》

○ 문학의 향기

휴식을 취하면서 읽는 책으로는 책장이 비교적 쉽게 넘어가는 문학 작품이 제격이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추천 1순위 작품.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의 저자 윤정은 씨가 이 책을 추천했다. 독서광인 윤 씨는 “가족과 함께 쉬는 동안 이 책을 읽는다면 가족의 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 씨는 철학을 하는 수위 아줌마와 자살을 결심한 천재소녀 사이의 유쾌한 일화를 다룬 프랑스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도 소개했다.

‘7일간의 독서여행’을 쓴 유용선 씨는 범죄자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소설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수첩’을 골랐다.

고수들은 에세이도 권했다. 독서경영과 자기계발 컨설팅을 하는 안상헌 씨는 “직장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주는 해법들이 가득하다”면서 법륜 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을 내밀었다. ‘죽도록 책만 읽는’의 저자 이권우 씨는 고(故)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과 소설가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리스트에 올렸다.

○ 인문의 지혜

휴식 기간에 역사와 예술 이야기를 통해 지혜와 지식을 넓혀보는 건 어떨까. 도서평론가로 안양대 교양학부에서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이권우 씨는 재일교포 정치학자 강상중 교수의 ‘고민하는 힘’을 추천하면서 “삶의 동력은 치열한 고민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가 담긴 이 책을 읽으면 휴가 기간 삶의 동력을 되찾는 데 좋다”고 설명했다.

안상헌 씨는 신화를 소재로 한 책을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신화 이야기를 창조하다’는 다양한 신화 이야기들을 다룬 책으로 안 씨는 “이 책을 읽으면 인간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선 씨는 예술에 관한 책을 소개했다. ‘사과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해주겠다’는 “사과를 소재로 삼아 사실주의, 인상파, 입체파 등 서양의 미술 사조를 마치 로빈 후드의 화살로 사과를 꿰뚫듯 훑은 책”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 그림의 멋을 밀도 높고 맛깔스러운 해설을 곁들여 설명했다”며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을 권했다.

한국리더십센터에서 독서기술, 리더십 등을 가르치는 이희석 씨는 “감정을 다루는 일은 삶에 반드시 필요한 지혜”라면서 읽을 만한 책으로 감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룬 ‘감정공부’를 꼽았다.

○ 경제, 자기계발

직장인이라면 휴가철을 이용해 경제의 흐름을 짚고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독서클럽을 운영하는 신성석 씨는 ‘읽어야 이긴다-독서고수들의 실용독서 비법’을 쓴 저자. 그는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첫손에 꼽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이유를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설명한 책이다. 그는 이와 함께 ‘넛지’ ‘그라운드 스웰’ 등을 소개했다. ‘넛지’는 벌칙으로 사람을 다루는 전통적 방법이 아니라 부드러운 힘으로 사람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명제를 담은 책. ‘그라운드 스웰’은 블로그, 소셜미디어 등 신기술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윤정은 씨는 “20대엔 평범했고 30대엔 실패했지만 40대엔 최고경영자가 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성공비결을 엿볼 수 있다”며 ‘스물일곱 이건희처럼’을 들었다. 이희석 씨는 인생의 목적은 이기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그로잉’을 추천했다.

○ 자녀와 함께

책을 통해 자녀와 함께 휴가철을 보내는 건 어떨까. 안상헌 씨가 권하는 ‘엄마와 함께 하는 학습놀이’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읽기, 쓰기 등을 가르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유용선 씨는 청소년들이 쉽게 빠지기 쉬운 함정들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가 서술한 ‘십대답게 살아라’, 주인공과 화자가 모두 청소년이어서 청소년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 ‘나는 죽지 않겠다’ 등을 골랐다.

윤정은 씨는 또 노벨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의 ‘나무나라 여행’에 대해 “어른이 함께 보아도 좋을 만한 동화”라면서 “아이와 함께 눈을 감고 ‘쏴아아’ 하는 나무의 소리를 느끼며 나무나라 여행을 떠나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소리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여유가 없을때 오히려 책을 찾아라”▼

■ 독서고수들의 독서법

책을 추천한 독서고수들은 밥 먹듯 책을 읽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다른 독서법을 터득하게 됐고, 혼자만 알고 있기에 아깝다는 생각에 독서법에 대해 책까지 썼다.

유용선 씨는 사람 만나는 원리를 책읽기에 적용했다. 그는 “종일 책 한 권에 파묻히는 것은 종일 한 사람과 지내는 것과 비슷하다. 즉, 열애를 하듯 독서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열애를 할 때도 애인 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듯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병행하는 독서법이 좋다”고 강조했다.

윤정은 씨는 휴가철에 유용한 독서법으로 “이동 시간을 이용해 주로 읽고, 여행지에선 휴식을 취하는 게 좋으며 읽고 싶다면 잠자리에 들기 전 읽어라”고 권했다. 그는 “책을 읽을 때는 열심히 읽고, 쉴 때는 제대로 쉬는 것이 독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1만∼2만 원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독서가 주는 큰 유용함”이라고 말하는 신성석 씨는 우선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를 것’을 주문했다. 베스트셀러라서 고르거나, 그날 기분에 따라 고르다 보면 일회성 독서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테디셀러 위주로, 광범위한 분야보다는 세분된 분야에서 선택하는 게 좋다고 그는 말한다.

안상헌 씨는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우선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가’ ‘그 책에서 나는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라는 연쇄 질문에 답할 수 있고 합당한 책 고르기와 독서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직장인들을 위한 독서지침으로 이희석 씨는 △매달 정해진 액수만큼 책을 구입하라 △소장하고 있는 책을 분야별로 분류해 보라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 그의 전 작품을 읽어보라 △여유가 없을 때 오히려 책을 찾으라 △시간의 검증을 거친 고전 중심으로 읽으라 등을 제시했다. 이권우 씨는 “더위에 쉽게 지치는 여름에는 지력이 떨어지므로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부피도 주제도 날렵하고 가벼운 책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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