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생선구이집 할아버지의 가르침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마음 비우기 박종미, 그림제공 포털아트
마음 비우기 박종미, 그림제공 포털아트
생선구이 실비식당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는 주방에서 생선을 굽고, 할아버지는 구워진 생선을 손님 테이블로 날라 갑니다. 식당 위치가 사람 왕래가 많지 않은 곳이라 손님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 번씩 손님이 들면 노부부는 밝고 즐거운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밑반찬과 밥이 먼저 나가고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구워낸 생선구이가 나갑니다. 그런데 생선구이를 손님 테이블에 내려놓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매번 똑같은 말을 합니다. “허허, 우리 할멈이 손님에게는 특별히 한 마리를 더 구워줬네요.”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손님은 누구나 예외 없이 “아, 예! 감사합니다”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화답합니다. 할머니가 특별히 한 마리를 더 구워 준 게 아니라는 걸 손님들은 알고 있지만 할아버지의 유머에 정색을 하고 따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유일무이한 유머라는 걸 아는 손님들은 올 때마다 항상 새로운 표정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합니다. “아이고, 오늘도 또 한 마리를 더 주신다고요?”라거나 “어이쿠, 매번 이렇게 한 마리를 더 주시면 밑지는 장사하시는 거 아닌가요?” 하며 할아버지의 옹색한 유머를 감싸안아주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 옆의 안경점 주인이 할아버지에게 정색을 하고 물었습니다. “한 마리 더 준다는 건 생색용 거짓말이죠? 자꾸 듣다 보니까 세뇌용 거짓말처럼 들려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네. 우리가 실비식당이라 나는 원래부터 생선구이 정식에 생선 한 마리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리 할멈은 그러면 안 된다고 매번 한 마리를 더 구워 주네. 식당을 열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 의견의 합일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그걸 어찌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안경점 주인은 어이가 없어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식당 시작한 지 반 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두 분이 의견의 합일을 보지 못하면 어떡합니까? 할머니 고집이 세서 그런가요, 아니면 영감님 고집이 세서 그런가요?” 안경점 주인의 말을 듣고 난 할아버지는 말없이 미소를 짓고 앉아 있다가 이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상대방의 고집을 꺾고 반드시 싸워서 이겨야만 맛인가? 할멈은 나의 의견을 꺾지 않고 한 마리를 더 구워낼 수 있으니 좋은 것이고 나는 한 마리를 내야 한다는 나의 주장을 꺾지 않고 두 마리를 낼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 어쨌거나 손님에게 두 마리가 나가니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닌가.”

잠시 골똘하게 앉아 있던 안경점 주인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히고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영감님께 정말 많은 걸 배웠다며 앞으로 자신도 인생을 좀 더 넓고 크게 살아야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고는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자신의 안경점으로 돌아가며 이런 말을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손님, 원래는 안경알을 하나만 끼워주게 되어 있는데 손님에게만 특별히 한 개를 더 끼워 주는 겁니다. 껄껄.”

작가 박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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