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

  • 입력 2009년 6월 13일 16시 01분


스님이 냉면집에 들러서 냉면을 시켰다. 그런데 종업원이 고기를 안먹는 스님이기에 냉면에 들어가는 고기는 어떻게 할까요 물었더니, 스님 왈 “깔어 XX야~” 라고 했다는 일화는 오래전 눈물 겹게 웃었던 유머중 하나다.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할 스님이 일반 사람들 눈에 들키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냉면 밑에 깔아달라는 애원이 일반 사람들의 상상력을 통해 웃음으로 승화된 것이다.

이처럼 스님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구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은 살생을 하지 않는 스님들이 여름철에 모기조차 죽이지 않을지, 또한 일반적으로 사찰이 산 속에 있다보니 잠을 자는 방에서 벌레도 많이 나올법 한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는지 상당히 궁금해 하기도 한다.

2000년 출가하여 2002년부터 지리산 홍서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천진 스님이 비구니로 지내면서 일상 생활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2006년부터 운영했던 ‘보리심의 새싹’이라는 블로그에 솔직 담백하게 써놓았던 일상을 홍서원에서 함께 지내는 현현 스님이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실제로 귀찮은 모기를 죽이기는 커녕 헌혈(?)해 주는 것이 사실이고 이불 속에 뛰어든 지네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이불을 헌납하며 자신은 이불없이 하룻밤을 쪼그려 자기도 한단다.

이렇게 한 평도 안되는 토굴에서 지내온 일상 생활을 담은 ‘한 평짜리 방의 행복’ 부터, 세상 사람들이 스님들의 일상을 궁금해 하는 다양한 관심사를 단방에 해결해 주는 ‘세상 사는 이야기’와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지만 수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요긴한 내용들을 담은 ‘선의 길 자유의 길’ 까지 총 3장으로 엮여 있다.

아울러 책에는 파격적인 이야기 한 가지가 숨어 있다. 스님들은 과연 로또를 할까? 허황된 망상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복권 같은 것은 당연히 하지 않는 것이 수행의 원칙 아닐까. 그런데 로또에 당첨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천진 스님이 2장 ‘세상 사는 이야기’ 편에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 천진스님 글· 현현스님 엮음/ 1만2000원/ 256쪽/ 변형신국판/ 불광출판사

김동석 동아닷컴 기자 kim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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