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 거의 없는 위안부연구… 할머니들 증언 정리 서둘러야”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구술사학회 창립하는 함한희 교수

“인간의 입을 통해 기억을 채록(採錄)하는 게 구술사(口述史·Oral History)입니다. 국내에서 구술사 연구를 한 지도 20년이 넘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학회 창립을 계기로 구술사 연구의 성과와 의미를 알리고 더 체계적인 연구를 해나가려 합니다.”

6월 5일 서울 한성대에서 한국구술사학회의 창립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이날 출범하는 구술사학회에는 인류학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국문학 민속학 등 분야에서 구술사를 연구하고 활용해온 연구자 120여 명이 참여한다. 학회 창립 준비위원장인 함한희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56·사진)는 “사회 구조가 아닌 인간의 삶과 입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려는 학자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술사 연구는 1970년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며 국내에서는 1980년대 말 첫걸음을 뗐다. 전통 농경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지역에 사는 70세 이상 노인들의 말을 채록한 ‘뿌리깊은나무’의 ‘민중자서전’ 시리즈가 그 계기였다. 함 교수는 “구술사 연구 초기에는 (왜곡 가능성이 있는) 개인의 기억을 토대로 연구를 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는 시각이 있어 학회 창립이 늦어졌다”며 “사료(史料)의 부족을 극복하는 데 당대 사람들의 기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에서 사료가 부족한 일본군위안부 등을 연구하면서 역사의 증언으로서 구술의 의미가 부각됐다. 함 교수는 “그 할머니들 중에는 돌아가신 분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 구술을 정리해야 한다”며 “일본과 국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그분들의 구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술사 연구의 비중은 2000년대 일상적 삶에 대한 관심과 함께 더욱 커지는 추세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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