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율법에만 매달리면서 진정한 신앙의 의미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형식주의를 실용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슬람 여성이 휴대전화로 뭔가를 촬영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나의 이슬람/율리아 수리야쿠수마 지음·구정은 옮김/339쪽·1만6000원·아시아네트워크
코란은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비(非)이슬람권에 비치는 이슬람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9·11테러와 같은 극단주의와 무장투쟁, 일부다처제를 비롯한 남성중심주의, 일상을 속박하는 완고한 율법 등이 이슬람을 규정한다. 인도네시아의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전하며 이슬람의 다양한 모습을 이야기한다. 인구 2억4000만 명의 88%가 알라를 믿는 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사는 모국의 사례를 통해 전체 이슬람 세계를 바라본다. 저자는 이슬람이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비이성적인 종교라는 인식은 일부 독단적인 무슬림이 알라의 가르침을 담은 코란을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란에 보면 알라가 선지자 무하마드(마호메트)에게 내린 최초의 계시는 읽으라는 것이었다. 이성과 지식을 추구하는 게 이슬람의 본질이라는 설명. 그가 보기에 맹목적 이슬람이 등장한 이유는 신앙을 이성과 별개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관습과 같은 신앙의 겉치레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이는 책 전체를 관류하는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라마단(금식월)을 예로 들어보자. 이슬람에서는 무하마드가 첫 번째 계시를 받은 이슬람력 아홉 번째 달을 기념해 이 기간에 ‘해가 떠 있을 때’ 음식과 술, 담배, 성생활을 금한다. 그런데 낮 동안 끼니를 거르는 대신 새벽과 저녁에 실컷 먹고 마시는 게 요즘 세태. 게다가 라마단이 끝난 뒤 열리는 축제 때는 그동안 억누른 본능을 한껏 발산한다. 저자는 굳이 이럴 바에야 한 달간 공연히 절제하는 시늉을 낼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이성과 지성으로 신과의 연결을 굳건히 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이슬람의 일부다처제가 결코 남성의 문란한 성생활을 허용하는 차원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선지자 무하마드가 15번 결혼하고 코란 문구에 남성이 아내를 여럿 둘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 데에는 정치적 사회적 배경이 있다는 것. 무하마드는 다른 부족과의 제휴를 위해 여러 아내를 맞았고 당시 전쟁으로 남편 잃은 여성과 아이가 많아지자 이들을 돌보기 위해 남성이 여러 명의 아내를 두도록 독려했다. 더구나 코란에는 ‘아내를 여럿 둘 수 있으나 동일한 수의 낮과 밤을 할애하며 모든 아내를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저자는 여성의 노출을 비난하고 성욕을 억누르는 게 이슬람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슬람극단주의 무장조직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2002년 ‘발리 폭탄테러’ 연루 혐의로 복역한 아부 바카르와 같은 인물이 “폭탄테러보다 노출한 여성이 더 위험하다”고 하는 데 대해 반박한다. 폭력에 반대하며 섹스를 긍정적으로 보는 게 이슬람이라는 것. “그대들의 처는 그대들의 밭이다. 그러니 마음 내키는 대로 그대들의 밭으로 가라. 단, 자기 자신을 위해 또는 추후를 위해 배려하라” “단식하는 날 밤에 처와 사귀는 것은 허용된다. 그 여자들은 그대들의 의복, 그대들은 그 여자들의 의복이다”는 코란 구절을 근거로 든다. 여성인 저자는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릿수건)을 두르지 않는다. 히잡을 두른다고 신심이 깊어지고 두르지 않는다고 신과 멀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종종 종교라는 이름으로 허식에 가까운 의례를 따르느라 본질을 잊는다”고 말한다. 원래 이슬람은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성직자 없이 알라와 인간의 신실한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는데도 말이다. 이슬람 분리주의 지지자가 많은 자바 섬 서부지역의 신실한 무슬림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외교관이었던 부모를 따라 유럽에서 살고 교육받은 저자는 내·외부인의 시선으로 인도네시아와 이슬람을 바라본다. 원제목이 ‘율리아의 지하드(Julia's Jihad)’인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성스러운 전쟁인 지하드가 적들에게 무기를 겨누는 십자군이 아니며 가장 중요한 지하드는 마음 또는 영혼이 벌이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