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말하는 좋은책

  • 입력 2009년 4월 30일 20시 45분


"아이와 그림책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함께 얘기하는 거예요. 이를테면 글을 먼저 읽은 뒤 다시 그림을 보며 주인공의 기분이 어떨지,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소통하는 것이지요. 그림을 자세하게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고릴라'와 '돼지책' 등으로 알려진 영국 태생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63). 어린이 책 출판사인 웅진주니어 초청으로 29일 처음 한국에 온 그는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내내 천진하게 웃었다. "제 책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잖아요. 특별히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지만 독자들이 많이 웃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책 읽는 게 즐거워야하니까요." 자신의 책에 단골로 등장하는 웃기는 고릴라는 아들 형제와 스포츠를 즐기면서도 짬짬이 책을 읽어줬던 덩치 큰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그림책 작가가 된 데에는 어린 시절 즐겼던 '그림 완성하기 놀이(shape game)'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원이든 사각형이든 아무렇게나 큰 틀을 그린 뒤 다른 사람과 함께 릴레이식으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가는 놀이. "어릴 때 두 살 위인 형과 했던 이 놀이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창작력을 키워준 셈이지요.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피카소도 이 놀이를 하며 자랐다고 합니다."

좋은 그림책은 어떤 책인지 묻자 잠시 망설였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면서도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림과 글이 같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개별적으로 구분되는 책", "그림과 글의 간극을 상상력으로 메워갈 수 있는 책"이란 말이 나왔다. 그는 어려서 읽은 그림책 중 가장 좋아한 책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꼽았다.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상상력을 더해가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책이었다고 했다. 그는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09 동화책 속 세계여행'전시회와 관련한 책 낭독회와 사인행사 등을 통해 독자와 만난 뒤 6일 한국을 떠난다.

황장석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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