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44>子見齊衰者와 冕衣裳者와…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45분


子見齊衰者와 冕衣裳者와 與瞽者하시고

見之에 雖少나 必作하시며 過之必趨러시다.

공자는 일상의 매 순간에 타인에 대한 경애(敬愛)와 연민(憐愍)의 마음을 지니고 그 마음을 표현했다. ‘논어’ ‘자한(子罕)’편의 이 章이 그 사실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듯 알려준다.

見은 우연히 보는 일, 아래의 見之는 만나보는 일이다. 齊衰(자최·재최)는 본래 어머니 상에 입는 喪服(상복)이지만 여기서는 상복 전체를 대표한다. 상복에는 참최(斬衰) 자최(齊衰) 대공(大功) 소공(小功) 시마(시麻) 등 五服(오복)이 있다. 冕(면)은 冠(관)의 하나로, 베로 싼 장방형 판을 위에 붙이고 판에서 장식물을 드리운 형태다. 衣裳(의상)은 조회복 따위의 公服(공복)을 말한다. 공자는 군주가 명한 관작(官爵)을 중시했기에 公服 입은 사람을 공경했다. 與는 ‘∼와’이다. 瞽者(고자)는 앞 못 보는 사람이다. 樂師(악사)라는 설이 있지만, 따르지 않았다. 雖少必作(수소필작)은 긴축 복합문이다. 少는 상대가 젊다는 말이고, 作은 공자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過之(과지)는 그들 앞을 지나간다는 말이다. 趨(추)는 종종걸음 걷는다는 뜻이다.

공자는 상복 입은 이에게 애도를, 벼슬하는 이에게 존경을, 장애 있는 이에게 동정을 표시했다. 정약용은 그 세 가지가 모두 敬(경)의 태도라고 했다. 喪服 입은 이를 공경하는 것은 나의 효도를 미루어 행하는 일, 公服 입은 이를 공경하는 것은 나의 충심을 미루어 행하는 일, 앞 못 보는 이를 공경하는 것은 나의 진심을 미루어 행하는 일이다. 敬은 곧 誠心(성심)을 안팎 구별 없이 유지하는 자세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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