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추기경 ‘5·18 광주’에 구호자금 든 비밀편지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100만원 수표 봉쇄뚫고 전달… 당시론 거액

김수환 추기경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과 부상자들을 걱정하는 편지와 함께 긴급구호자금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8일 윤공희 대주교(86·전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에 따르면 김 추기경은 계엄군이 시민군에 밀려 광주 도심 외곽으로 후퇴하고 봉쇄작전을 펼치던 1980년 5월 23일 윤 대주교에게 서신을 보냈다.

교통수단이 끊긴 데다 서슬 퍼런 계엄령하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김 추기경의 편지는 군종신부들의 도움을 받아 은밀하게 광주까지 전달됐다.

김 추기경은 한 쪽짜리 편지를 통해 “광주에서 많은 사람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크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평화적으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 대주교는 “다급하게 쓴 듯한 짧은 편지 속에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액수인 100만 원권 수표가 함께 들어 있었다”며 “노심초사 광주 시민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추기경님의 심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동봉된 100만 원은 곧바로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 맡겨져 부상자 치료와 구속자 영치금 등 일종의 긴급구호자금으로 쓰였다.

김 추기경은 후일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광주의 5월”이라며 고통스러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주교는 “추기경께서는 광주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당시 교황청대사를 통해 주한 미국대사 등을 만나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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