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과학은 안다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선물까지 준비하면 금상첨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선물까지 준비하면 금상첨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밸런타인데이 그를 사로잡는 법

빨간색 원피스를 입는다. 선물은 초콜릿 대신 그가 입만 열면 얘기하는 스마트폰. 대신 저녁 식사만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마디 던진다. “우린 좋은 친구지?”

밸런타인데이에 그를 사로잡고 싶다면 3가지를 기억하라고 과학자들은 조언한다. 빨간색, 남자가 관심 많은 선물, 그리고 적당히 튕길 것.

‘빨간색=매력적’사회적 연상작용

미국 로체스터대 심리학과 앤드루 엘리엇 교수팀은 젊은 남성 149명에게 옷 색깔만 빨간색과 파란색, 회색, 녹색으로 바꾼 한 여성의 사진을 차례로 보여줬다. 이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정도를 0∼9의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여성이 빨간색 옷을 입었을 때 매력도가 가장 높았다. 평균과 1.2점이나 격차가 났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성격과 사회심리학지’ 10월 28일자에 발표됐다.

엘리엇 교수는 이 현상을 두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먼저 밸런타인데이에 유독 빨간색이 많이 사용되는 등 사회적인 연상 작용으로 자연스레 ‘빨간색=매력적’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박수진 박사는 “빨간색은 사랑과 열정을 상징한다”며 “푸른색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빨간색은 본능적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생물학적 진화의 잔재라는 것이다.

엘리엇 교수는 “침팬지 같은 영장류 암컷들은 배란기에 가까워질수록 혈류량이 증가해 뒷다리와 엉덩이 부위가 붉은색을 띠며 수컷들이 이런 암컷에 더 끌린다”고 말했다. 빨간색은 진화적으로 물려받은 ‘유혹의 색’인 셈이다.

맘에 안 드는 선물은 오히려 역효과

‘밸런타인데이 선물=초콜릿’이란 ‘고정관념’은 깨는 편이 유리하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엘리자베스 던 교수팀은 여자친구가 있는 남성 3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그들에게 여자친구가 선물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말했다. 한 그룹은 평소 원하던 선물, 다른 그룹은 원하지 않는 선물을 준다고 했다.

그 결과 원하던 선물을 받은 남성의 경우 여자친구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지만 그렇지 않은 남성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원치 않은 선물을 받은 남성은 ‘여자친구와 결혼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해 학술지 ‘사회인지’ 10월호에 발표됐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남자친구에게서 탐탁지 않은 선물을 받더라도 여성은 그에 상관없이 둘의 관계를 장밋빛 미래로 점쳤다.

던 교수는 “선물은 둘의 관계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나타내는 척도”라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관계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해 상대방의 형편에서 이해하려는 반면 남성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만일 남성이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밸런타인데이엔 다른 선물을 주는 것이 좋다.

“튕길수록 이상형 만날 확률 높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그를 사로잡는 마지막 방법, 애간장을 태워라.

런던대 수학과 로버트 세이머 교수팀은 남성에게 사랑고백을 받은 뒤 여성이 이를 수락하는 데 시간을 오래 끌수록 이상적인 배우자를 만날 확률이 높다고 ‘이론생물학지’ 1월호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게임이론을 이용해 컴퓨터 모델을 개발한 뒤 데이트할 때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최고의 배우자를 고를 수 있는지 실험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연인관계가 유지되면 점수를 받고 헤어지면 점수가 깎인다. 연인관계를 오래 유지하면 가산점을 받는다.

그 결과 여성은 남성의 사랑고백을 늦게 받아들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이머 교수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여성은 좀 더 성실한 남자를 고를 수 있고 남성은 자신이 적합한 배우자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많이 튕길수록 천생연분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유전자 검사로 천생연분 찾아드려요”▼

스위스 이색 서비스 화제

유전자를 보면 천생연분을 찾을 수 있을까.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진파트너는 지난해부터 유전자를 분석해 생물학적으로 자신과 잘 맞는 이성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스위스 생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츠 박사의 1995년 실험 결과를 이용하고 있다. 베데킨츠 박사는 여러 여성에게 남성의 티셔츠 냄새를 맡게 한 뒤 호감도를 조사했다. 이 결과 조직적합성항원(HLA) 유전자의 유형이 자신과 다른 남성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베데킨츠 박사는 주장했다.

진파트너는 이 유전자를 조사해서 서로 잘 맞는 이성을 찾아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연구단 박홍석 박사는 “냄새는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 요소일 뿐”이라며 “남녀 관계를 일부 유전자만 보고서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베데킨츠 박사의 주장을 지지하는 연구와 반박하는 연구가 엇갈리고 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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