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한국 다큐 맞아?” TV다큐의 르네상스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 한차원 높아진 이유

오랜 현장경험 실린 연출력 열매

컴퓨터그래픽-외부지원도 한몫

○ 한차원 더 높이려면

넉넉한 사전조사 - 후반작업 과제

CG의존말고 ‘있는 그대로’ 지향



‘북극의 눈물’(MBC) ‘누들 로드’(KBS) ‘한반도의 공룡’(EBS) ‘공룡의 땅’(MBC) ‘차마고도’(KBS)….

국내 제작진이 만든 고품격 TV다큐멘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을 활용해 공룡을 복원하고, 아시아 고산교역로 차마고도나 극한(極寒)의 땅 북극도 소개한다. 1월 18일 오후 10시 반에 방영된 ‘MBC스페셜-공룡의 땅’은 시청률이 10%를 넘었으며 지난해 ‘한반도의 공룡’은 EBS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인 2.89%(모두 TNS미디어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의 부흥은 국내 ‘다큐멘터리 2.0세대’의 등장 덕분이다. “1980, 90년대 조연출로 입문한 이들이 최근 2, 3년 전면에 나서는 시점”(조준묵 MBC PD·‘북극의 눈물’ 연출)과 맞물린 것이다. 21세기를 여는 국내 다큐멘터리의 힘을 들여다봤다.

○ 다큐 2.0세대…인력 시간 돈 삼박자가 맞물려

최근 인기 다큐들은 웬만한 영화 이상으로 전개가 빠르고 앵글도 다양하다. 안성기 유해진 등 스타들이 내레이션을 맡아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였다. ‘누들 로드’를 만든 이욱정 KBS PD는 “‘뻔한’ 화면과 구성으론 시청자 눈을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라며 “오랜 현장경험에 쌓인 기획·연출력이 성과를 내는 추세”라고 말했다.

CG도 다큐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한반도의 공룡’이나 ‘공룡의 땅’은 할리우드 영화 같은 정교한 공룡 CG를 선보였다. 한상호 EBS PD는 “한국 CG 기술은 세계 일류급”이라며 “좋은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만 갖추면 해외 영화나 다큐에 밀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MBC 시사교양국 윤미현 CP(책임 프로듀서)는 이에 대해 “인력 시간 돈이란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공력을 쌓은 중견 PD들이 제작 책임을 맡기 시작했고, 제작 기간도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밤 12시를 넘기던 편성 시간도 프라임타임대인 밤 10시대로 옮겨왔으며 ‘스페셜’ 등으로 고정 편성돼 시청자들이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다큐에 대한 외부 지원도 원활해져 기획 단계부터 해외 판매를 감안한 국제 감각의 다큐를 구상하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한국적 정서가 강한 작품은 한계가 있다. 자국 색채가 덜한 자연 환경 분야를 다룬 ‘그린 마케팅’이 세계적 추제다. 대기업도 국내외 홍보에 유리한 작품에 투자한다. 시청자도 그런 작품을 선호한다.”(KBS 기획제작국 신재국 CP)

○ 인문학이 뒷받침돼야

국내 다큐멘터리의 수준이 오르긴 했지만 갈 길은 멀다. TV 다큐의 바이블로 거론되는 영국 BBC 등에 비교하면 사전조사나 후반작업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 조준묵 PD는 “사전조사를 위한 국내 리서치 팀이나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외국처럼 후반 작업에만 6개월 이상 공을 들여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다큐에 깊이를 더해주는 인문학적 저변도 확대되어야 한다. 이욱정 PD는 “‘누들 로드’를 찍을 때 국내 연구자를 찾지 못해 해외에 자문했다”며 “한 사회의 다큐 함량은 그 사회의 인문학 수준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2006년 ‘시베리아의 호랑이’로 프랑스 ‘쥘베른 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던 박수용 EBS PD는 다큐 제작의 편향성을 경계했다. “다큐에 대한 관심은 환영하지만 CG나 편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그런 작품도 필요하지만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작품도 공존해야 한다. 시청자 눈높이에 맞춘다는 명목으로 트렌드만 좇다 보면 본질적인 진실성이 훼손되고 예능이나 드라마가 겪는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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