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어린이책]솥 찜질에 처하노라~!

  • 입력 2009년 2월 8일 11시 07분


◇솥 찜질에 처하노라/한미경 글·한상언 그림/40쪽·1만원·웅진주니어/유아 및 초등 저학년용

옛날 옛적 어느 고을에 아주 못된 사또 호시가 살았다. 호시는 죄 없는 백성들을 끌고 와 벌을 주고 재산을 빼앗고 엉터리 재판으로 백성들을 골탕 먹인다. 호시에게선 그의 악행만큼이나 지독한 구린내도 난다. 백성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이 눈물로 하루하루 보냈답니다. 참다못한 사람들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징과 꽹과리를 힘껏 두들기며 호시에게 당한 억울한 일을 소리 높여 외쳤다.

백성들의 외침소리에 어사가 출두해 호시를 잡아간다. 못된 원님 호시가 받은 판결은 ‘솥 찜질’에 처한다는 것. 솥 찜질은 옛 주나라에서 시작된 형벌로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펄펄 끓여 사람을 넣는 무시무시한 형벌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솥 찜질은 시늉만 하고 대신 형벌을 당한 사람은 ‘죽은 사람 취급’을 한다. 호시는 처음엔 잔뜩 겁을 먹었지만 그저 시늉만 하는 솥 찜질이 우스웠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호시의 심경은 달라진다. 아무도 호시를 못 보는 척 했던 것.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호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지은 죄를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구수한 옛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우리 선조들의 재판과 형벌에 대해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 특별한 곰 인형 케이프 혼/로랑스지요 지음·토마 바스·전연자 옮김/32쪽·9800원·맑은 가람/8세~9세

팀은 매일 저녁마다 환경 미화원 아저씨들이 일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괴물 이빨같이 생긴 굴착기가 쓰레기를 납작하게 부숴버리는 모습을 콩콩 뛰는 가슴을 안고 지켜보던 팀. 아빠는 팀의 생일선물로 쓰레기차를 함께 쫓아다니러 나섰다. 쓰레기 처리장에서 팀은 아저씨들의 보물 창고를 구경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버려진 인형이나 장난감들이 깨끗하게 수선돼 진열돼 있었다. 열한 개의 인형을 모아 만든 재활용 장난감 곰돌이 ‘케이프 혼’을 선물로 받은 팀은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팀은 사회의 그늘에서 일하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환경을 소중함을 함께 깨닫는다.

◇ 해님 달님/박영만 원작·원유순 엮음·남주현 그림/42쪽·9800원·사파리/7세~10세

전래 동화 ‘해님 달님’ 혹은 ‘해와 달이 된 남매’는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버전으로 구전되고 있는데, 사파리에서 출판한 ‘해님 달님’은 독립운동가인 작가 박영만(1914~1981) 선생의 ‘조선전래동화집’을 원작으로 했다.

출판사 측에서는 이미 많이 소개된 이야기 가운데 축약이나 왜곡이 심했던 것을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다시 소개했다고 밝혔다. 어머니에게 떡과 팔 다리를 하나씩 나라씩 빼앗아 먹는 호랑이의 간악한 모습이라든지, 호랑이에게 죽어가면서도 아이들을 걱정하는 절절한 홀어머니의 절절한 모습은 그동안 그림책에서는 생략됐던 부분이다. 덕분에 마지막 간악한 호랑이가 하늘로부터 버림을 받고 수수밭에 떨어지는 장면은 통쾌하다. 권선징악의 주제 외에도 해님과 달님의 창조 설화도 알게 된다.

◇ 큰 침대 사주 세요!/마누엘라 올텐 글·그림·한희진 옮김/40쪽·9500원·꿈터그림책/7세~10세

개구쟁이 세바스찬은 아직도 조그만 아기 침대에서 잠을 잔다. 어느 날 세바스찬의 집에 놀러온 친구는 이 사실을 알고 다음날 모든 친구들에게 “세바스찬은 아기 침대에서 잔대요”라고 소문을 퍼트렸다. 친구들이 모두 아기라고 놀려대다 세바스찬은 부모님께 큰 침대를 사달라고 부탁한다. 엄마 아빠는 세바스찬을 위해 커다란 침대를 사 주셨지만 바뀐 침대에서 첫날밤을 맞게 된 세바스찬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내일이면 치워질 아기 침대 생각이 자꾸 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성장한다. 아기 침대를 버리기는 쉽지 않을 지라도 언젠가 새 침대에서 더 편하게 잘 수 있을 것이다.

◇책과 노니는 집/이영서 글·김동성 그림/192쪽·값 9500원·문학동네/초등 5학년 이상

어린 장이의 아버지는 수많은 책을 베껴 쓰며 생활을 이어가는 ‘필사 쟁이’였다. 천주교가 조선에 처음 유입되던 시기, 장이의 아버지는 당시 금서였던 천주교 관련 서적을 베껴 쓴 죄로 장형에 처해진 뒤 목숨을 잃는다. 장이는 아버지에게 일거리를 주던 책 방 주인집에 들어가 심부름꾼 생활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심부름으로 홍 교리의 집을 찾은 장이는 그의 서고에서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서유당’이라는 현판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다.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은 천주교가 탄압받던 조선 후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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