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지 않는 ‘젊은 미술’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이머징9’전에 선보인 ‘김과 현씨’의 ‘바나나맛 우유’ 시리즈 작품. 사진 제공 쌈지스페이스
‘이머징9’전에 선보인 ‘김과 현씨’의 ‘바나나맛 우유’ 시리즈 작품. 사진 제공 쌈지스페이스
불황 화랑가 “신진 작가들이 희망” 기획전 잇달아

바닥에 놓인 작고 흰 돌들. 안내문이 지시하는 대로 돌 하나를 집어 들고 작품을 관람하는 사이 온기가 돌에 전해진다. 돌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니 컴컴한 터널이 기다린다. 손을 더듬어 올라가면 차츰 빛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장 구석에 내 몸의 체온이 담긴 돌을 살그머니 내려놓는다.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이엠아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14인의 그룹전 ‘Lightless Light’에서 만난 김상균(돌), 최소현(계단) 씨의 설치작업이다. 앞이 안 보이던 사람이 어느 날 눈을 떠 빛을 보게 된다는 주제 아래 김수린 안다빈 씨 등 신진 작가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담긴 회화 사진 일러스트레이션이 펼쳐진다.

‘김과 현씨’, 박은영, 이철현 씨를 통해 신세대가 바라보는 현실세계를 탐구한 쌈지스페이스의 ‘이머징9’전(8일까지)과 뉴욕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김해진 신현정 이미연 이고운 씨의 회화를 선보인 리씨갤러리의 ‘부드러운 몰입’전(14일까지) 등도 떠오르는 작가들을 조명하고 있다.

○ 세상과 맞서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깊다지만 상업 화랑과 대안공간을 가리지 않고 신진 작가들의 기획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풋풋한 도전과 패기를 갖춘 영 아티스트 발굴이란 명분과 더불어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고가 작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현실도 한몫했다.

두아트의 ‘Class of 2009’, 세오갤러리의 ’히어로피아‘, 충정각의 ’내일을 향해 쏴라!2‘, 브레인 팩토리의 ‘무자년 만찬’전이 진행 중이고 갤러리 S의 ‘공간들의 이야기‘, 아트포럼뉴게이트의 ‘봄을 기다리며…’, UNC갤러리의 ‘Star Wars: Episode2-보이지 않는 위협’전 등이 잇따라 개막한다. 미술애호가에겐 이제 활동을 시작하는 초보부터 어느 정도 전시실적을 쌓은 신진급까지 문제의식과 개성을 담은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불황 속에서도 미술애호가들의 역량 있는 신진작가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초 개막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은 두 달 만에 7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충정각 이은화 큐레이터는 “무모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열정적으로 세상과 맞서려는 자세가 신진 작가의 매력”이라며 “작가들이 시장이 선호하는 작품을 추종하는 호황기보다 요즘이 컬렉터에겐 실험적이고 도전적 작품을 만나는 선택의 폭이 넓은 시기”라고 말했다.

○ 봄은 온다

뒤집어 보면 시장의 광풍이 잦아든 지금 같은 때, 젊은 작가들은 인기에 대한 유혹이나 시류에 상관없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다. 또 투기 목적이 아닌 미술을 사랑하는 컬렉터에게도 가격이 저렴한 신진의 작품에 눈 돌릴 기회다.

아트포럼 뉴게이트 염혜정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묵묵히 작업하는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알리아 김인선 큐레이터도 “작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컬렉터의 큰 즐거움”이라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면서 다양한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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