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광’ 김선욱, 베를린방송교향악단과 협연

  • 입력 2009년 1월 22일 16시 53분


“베토벤은 벗겨낼수록 점점 더 커지는 신비한 음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 파워’ 피아니스트 김선욱(21)의 베토벤 사랑은 남다르다. 김선욱의 ‘베토벤관’은 ‘베토벤의 음악은 악보에 표기된 음표가 다가 아니다’라는 것. 즉 악보에 없는 음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런던에 머물며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욱이 베토벤을 들고 돌아왔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과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이다.

2007년 김선욱은 정명훈의 지휘로 라디오프랑스필과 이 곡을 협연했었다. 레퍼토리가 궁색한 것도 아닐 텐데 왜 굳이 또 베토벤의 4번일까.

“나를 이전부터 알고 있던 팬들을 위해서이다. 내 스스로 런던에서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어 다시 한 번 이 곡에 도전한다.”

김선욱과 호흡을 맞출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은 1924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 전시 중 대외 방송을 담당하던 구 동독 제국방송 소속 악단으로 창단됐으며 1945년 종전 직후부터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시기 전설적인 지휘자 첼리비다케가 수석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세인의 주목을 끌었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의 강점은 철두철미한, 어찌 보면 고지식할 정도로 독일 본격 레퍼토리에 천착하고 있다는 것. 독일의 경계를 넘어 ‘국제적인’ 사운드를 자랑하는 베를린필과 달리 독일 고유의 색깔을 고수하고 있어 보수적인 팬들 사이에서는 베를린필보다 오히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이번 공연 레퍼토리 역시 독일 일색이다.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슈베르트의 8번 교향곡 ‘미완성’,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을, 2월 1일 고양아람누리에서는 베토벤 ‘에그먼트 서곡’,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김선욱과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은 이틀 모두 연주된다.

폴란드 바르샤바 태생으로 독일에서 볼프강 자발리쉬에게 지휘법을 배운 마렉 야노프스키의 지휘도 관심거리. 독일 최고의 보수파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답게 현대곡이나 바로크 레퍼토리로 악센트를 주는 최근의 연주회 경향에 대해 “단지 유행일 뿐”이라며 일갈했던 그다.

“내가 있는 한 독일방송교향악단은 오로지 독일 관현악 레퍼토리의 길을 똑바로 걸을 것”이라 선언한 ‘왕보수’ 지휘자와 그에 못지않게 보수적인 오케스트라.

여기에 베토벤의 ‘행간’을 읽는 김선욱의 피아노가 덧칠된 이번 공연은 독일음악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자 축복이 될 것이다.

1월31일 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월1일 8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공연문의 02-599-5743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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