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Black&White]마샤오춘 감독의 숙제

  • 입력 2009년 1월 19일 07시 47분


앞으로 중국바둑계를 2년 간 이끌어갈 신임 총감독으로 위빈 9단(42)이 선출됐다.

중국은 한국, 일본과 다른 바둑 시스템을 갖고 있다.

협회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프리랜서’에 가까운 신분인 한일 프로기사와 달리 중국은 국가대표의 성격이 강하다.

위빈은 총감독 선거에서 전임 감독 마샤오춘과 경쟁했다.

중국바둑이 근년 급성장하며 한국과 나란히 세계바둑 최강의 자리를 놓고 경합(오히려 앞설 때도 적지 않다)하게 되자 이번 총감독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고 한다.

녜웨이핑에 이어 90년대 중국바둑계의 일인자로 군림했던 마샤오춘은 이창호라는 불세출의 거인으로 인해 분루를 흘려야 했던 비운의 천재.

전성기 시절 거의 모든 국제기전 결승에 올라 우승을 노렸지만 그때마다 이창호를 만나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평소 이기적인 행동과 기행으로 중국바둑계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마샤오춘은 당시 인간적인 면에서도 이창호에 완패했다는 말이 많았다.

중국인들마저 국제대회 결승에서 마샤오춘과 이창호가 만나면 이창호를 응원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지난 3년간 마샤오춘이 거둔 성적표는 조금도 폄하할 수 없다.

그가 감독으로 있는 동안 중국은 도요타덴소배, 삼성화재배 등 국제대회에서 6회나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데 서툰 마샤오춘 역시 패배 후 볼멘소리를 냈다.

“3년 동안 내가 이룩한 일은 모두가 보아왔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다. 하지만 난 아직도 내가 왜 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위빈에게 감독 자리를 내 준 마샤오춘에게는 기술감독이란 자리가 주어졌다. 여기에도 불만이다.

“아마도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자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는 이 자리가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

마샤오춘 본인은 모를지 몰라도 위빈은 자신의 승리 요인을 잘 알고 있는 듯싶다.

그는 자신의 승리에 대해 “프로기사들이 나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다른 스포츠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감독이란 자리는 실력만 갖고 되는 자리가 아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곧 훌륭한 감독이란 등식은 바둑에서도 성립되지 않는다.

마샤오춘은 “이후 바둑계가 필요로 할 때 다시 나의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프로기사로서 위빈은 마샤오춘에 미치지 못했지만 위빈에게는 마샤오춘이 갖지 못한 것이 있었다.

앞으로 2년 간 마샤오춘은 그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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