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 이상우의 행복한 아침편지] 여보 우리도 셋째 갖자∼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8시 52분


얼마 전 둘째 딸이 백일을 맞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여느 집들처럼 그냥 가족들끼리 식사하면서 간단하게 백일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께서 본가에 백일상 차려놓을 테니 꼭 애들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경주에서 충북 충주까지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본가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저희가 올 때 맞춰 삼신할머니께 드릴 백일상을 미리 차려놓고,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얼른 절하라고 시키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평소 미신을 믿지 않았지만, 어머님 말씀 따라 절도 하고, 이것저것 시키시는 걸 다 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며 좀 쉬고 있는데, 어머니가 조용히 오시더니 “찬슥아. 느는 셋째 안 낳냐? 느네 큰형도 1남 2녀고, 둘째형도 3녀잖여. 다 셋씩 낳는데, 너네도 하나 더 낳아야재” 이러시는 겁니다. 전 “아이, 엄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셋째를 낳아요∼ 우리 능력으론 지금 둘째도 힘들어요. 저희는 그만 낳을 거니까, 괜히 애 엄마한테 셋째니 뭐니 그런 말씀 마세요. 스트레스 받아요.”

그러자 어머니께서 일어나시며 “점집에서는 이번에 낳으면 아들이라 했는디…” 하고 가셨습니다. 사실 어머님은 자식을 여섯이나 낳은 분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경제적 여건 때문에 애를 많이 안 낳는 걸 이해하지 못 하십니다. 어머님은 저희가 떠날 때도 문 밖까지 나오셔서, “낳아놓으면 지 밥그릇은 지가 알아서 챙겨묵드라∼ 키울 때나 없지. 다 키워놔봐라. 그게 재산이고, 나중에 비빌 언덕이여∼” 하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차타고 오는데, 아내 표정이 내내 심각했습니다. “ 어머님 말야. 아까 자기 화장실 갔을 때 나한테 뭐라 그러셨는 줄 알아?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아들은 있어야 된대. 그리고 당신한테도 아들이 꼭 있어야 된다고 하시더라? 당신도 그래? 당신도 아들 갖고 싶어?” 하는 겁니다.

사실 저는 아들이건 딸이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셋째 욕심은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제가 형제 많은 집에서 자라 그런지, 저희 딸들이 딱 둘만 다니는 거 보면 왠지 초라해 보이고,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전 아내의 눈치를 살짝 보면서 “사실은 말야. 능력 되면 하나 더 낳고 싶긴 해. 둘째형처럼 우리도 나중에 늦둥이 하나 낳을까? 늦게 낳은 자식이 그렇게 예쁘다며?”

하지만 제 아내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미쳤나봐∼ 이 고생을 나이 먹어서 또 하라고? 나는 애들 빨리 키워놓고, 지금 못 한 거 다 하면서 살 거야. 내 인생 내가 즐기면서 사는 거지 언제까지 애들한테 매여 있어? 늦둥이? 노 땡큐야” 이랬습니다.

하지만 저도 제가 이렇게 자식욕심이 많은 놈인 줄 몰랐습니다. 고만고만한 놈들이 우르르우르르 몰려다니는 거 보면 귀엽습니다. 첫째가 벌써 딸이라고 애교 피우는 거 보면 예쁘고 어쩔 수 없이 셋째 욕심이 납니다.

아내는 그런 제 맘을 알았는지 “요즘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고 했어. 딸 둘이면 은메달, 아들 둘이면 동메달이래. 딸 키우면 나중에 비행기 탄다는 말도 있잖아. 우리는 딸이 둘이나 있으니 완전 성공한 거지” 그래서 제가 얼른 “그럼 딸 셋이면 더 좋겠네” 그랬더니, 아내 눈초리가 하늘로 치켜 올라가며 저를 잡아먹을 듯이 째려봤습니다.

그냥 아무 소리 못 하고 깨갱했습니다.

제가 너무 이기적인 남잔가요? 형제자매 많으면 우리 애들한테도 좋은 거 아닙니까? 애교 많은 우리 집 첫째 딸, 웃는 미소가 너무 예쁜 우리 집 둘째 딸, 그리고 또 다른 매력으로 제 애간장 녹여줄 셋째가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끝없는 셋째 욕심!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경북 경주 | 김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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