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개그 버무린 추억으로의 동행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개그맨 이홍렬(왼쪽)과 가수 혜은이는 21일 디너쇼 ‘동행’에 대해 “중장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개그맨 이홍렬(왼쪽)과 가수 혜은이는 21일 디너쇼 ‘동행’에 대해 “중장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혜은이-이홍렬, 21일 디너쇼 ‘동행’ 무대

“방송이 젊은 사람들 위주로 흘러가니까 40대 이상이 웃을 수 있는 매체가 별로 없잖아요. 함께 늙어가는 사람끼리 지나간 시간을 나눌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이홍렬)

“공연은 쭉 혼자 해 왔는데 이번에 이홍렬 씨와 ‘동행’하게 됐네요. 우리 세대에 공감을 줄 수 있는 동행이 됐으면 해요.”(혜은이)

가수 혜은이(52)와 개그맨 이홍렬(54)이 21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 컨벤션홀에서 디너쇼 ‘동행’을 갖는다. 두 사람을 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자식 키우면서 속 썩는 얘기만 나눠도 30분은 그냥 갈걸. 우리 아들은 군대 가기 전까지는 집에서 말이 없었다고. 오죽하면 아내의 새해 덕담이 ‘하루에 한 마디만 해다오’야. 나는 ‘사춘기면 빨리 끝내라’고 했지.”

혜은이가 “열여덟 살인 우리 애도 요즘 짜증이 늘었다”고 맞장구치자, 이홍렬이 “40대에는 화를 가라앉히고 50대는 화낼 일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며 다독인다.

이홍렬은 개그맨 데뷔 전부터 혜은이의 팬이라고 했다. 군대에 있을 때 TV에 나오는 혜은이를 혼자만 보려고 후임병에게 모두 뒤로 돌아 앉으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하며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게 가문의 영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수가 부러울 때가 많아요. 노래는 영원히 남잖아요. 혜은이 노래는 인터넷에 치면 딱 나와요. 개그맨 생활 30년 넘게 해 왔지만 내가 ‘귀곡산장’이 남겠어요? ‘참참참’이 남겠어요? 이름을 걸고 한 ‘이홍렬 쇼’는 남을 수도 있겠네.”

이홍렬이 자리가 불편했는지 갑자기 일어서며 ‘끄응’ 소리를 낸다.

“‘글루코사민’이 뭔지 알아요? 관절 영양제인데 예방 차원에서 요즘 정기적으로 먹어요. 젊었을 때는 나이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왜 ‘아이고, 아이고’ 하는지 몰랐지. 젊은 애들이 사회 보다가 ‘동문 여러분 일어나 주십시오, 앉아주십시오’라고 하면 안돼. 운동을 시키려면 제대로 시키든가. 이런 얘기 하면 50, 60대들은 깔깔대고 웃을 걸요.”

혜은이는 공연을 앞두고 긴장돼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다.

“94세에 돌아가신 ‘신카나리아’ 선생님도 80대까지 노래를 했어요. 언젠가 선생님이 무대 뒤에서 기도를 하고 있더라는 거야. 누가 왜 그러시느냐고 물었더니, ‘떨려서’라고 했다는 게지. 일생을 노래하셨는데도 그랬대요. 나도 설레기도 하면서도 ‘실수하면 어쩌나’ ‘좋은 모습 보여줘야 하는데’ 하면서 지금도 긴장해요.”

디너쇼의 초대 손님은 작고한 영화배우 박노식의 아들인 ‘쌍칼’ 박준규. 얘기도 나누고 노래도 한 곡 부른다. 혜은이는 박준규와의 인연을 얘기했다.

“선생님댁에 갔는데 집에 초등학생이 있었지. 나중에 방송국에서 준규를 만났는데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줄 알았어. 그런데 준규가 ‘그때 초등학생이 저’라고 말해 황당했지.”

혜은이는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연 몇 개를 취소했다. 이홍렬도 “기업 송년 행사로 막 ‘기부 특강’을 하고 왔다”며 “송년회도 조촐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름까지만 해도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지리라고는 생각 못했잖아요. 하루라도 쉬면서 관객분들이 스스로 상을 주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공연에 오지 못하는 분들도 넉넉하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올해 마무리하길 바랍니다.”(혜은이) 문의 1544-2498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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