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의 배우열전]<6>중견연극인 정동환 씨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연극 ‘고곤의 선물’에 출연하는 정동환 씨(왼쪽)가 연기 인생을 말하고 있다. 정 씨는 “진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게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연극 ‘고곤의 선물’에 출연하는 정동환 씨(왼쪽)가 연기 인생을 말하고 있다. 정 씨는 “진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게 내가 연극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진지한 울림 주는 연극 하고싶어”

“노벨상이 ‘기초’ 중시하듯 연기도 ‘기본’이 중요”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1991년에 MBC의 특집 기획 드라마 ‘신화’의 주인공인 사형수 역을 맡았다. 나를 돕는 신문기자 역은 정동환(59) 씨가 맡았다. 중고교 시절 그가 나오는 연극들을 보며 성장한 나는 같은 작품에서 뵙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다.

마침 촬영이 끝난 날 연극 ‘에쿠우스’로 내가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신인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왔다. 정동환 씨는 ‘한턱’으로 고등어 요리를 사주셨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등 푸른 생선을 많이 먹어라”며. 그 말에 입에 대지 않던 고등어를 먹었다. ‘정동환’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었다. 그는 맹목적으로 좇아갈 수 있는 시대의 거울 같은 선배 배우였다.

▽조재현=이번에 맡은 ‘고곤의 선물’은 ‘에쿠우스’를 만든 피터 섀퍼의 작품이라 궁금해요. 어떤 작품인가요?

▽정동환=에드워드 담슨이라는 극작가의 죽음을 다뤘어요. 담슨은 “연극은 죽었다”고 말해요. 세상이 흐리멍덩해지는데 연극이 제 기능을 못하고 오히려 오락물에 의해 잠식당하는 것을 보며 죽음을 택하죠. ‘순수’를 상징하는 올리브기름으로 만든 비누 속에 칼을 넣고 목욕을 해요. 순교자가 되기로 하는 거죠. 작품을 보는 순간 몸이 떨리고 미칠 것만 같더라고요.

▽조=‘레이디 맥베스’도 그렇고 ‘고곤의 선물’도 그렇고 항상 작품성과 연극성이 짙고 진지한 작품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정=제가 굳이 안 해도 재미있는 연극을 하는 사람은 많잖아요. 관객들이 점점 가볍고 재미있는 것을 찾지만 저는 진지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제가 이 사회에서 연극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 왔어요.

▽조=연극 하던 후배가 대중 스타가 되기도 하고, 연극을 열심히 하며 대중과 괴리되는 후배들도 있잖아요. 저는 설경구나 송강호를 보며 간혹 내가 너무 연극에 치중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들고 때로는 연극을 계속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어요. 어떠신가요?

▽정=자질이 있는데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들, 모두 사정이 있겠죠.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일 것 같은데, 저는 연극에 둬 왔거든요. 그 결과 돈을 많이 모은 것도 아니고 엄청난 인기를 얻은 것도 아니에요. 흔들리는 유혹이나 어려움도 있었죠. 하지만 나를 견제하며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써 왔고 그에 대해 보람을 느끼니까 만족해요.

▽조=예전에는 연기의 기본은 당연히 연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데뷔하는 연기자들은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매니지먼트사의 관리 문제도 있겠죠. 선배 연기자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정=올바른 길이 어떤 건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은 노벨상이 기초 학문을 중시하는 국가에서 주로 나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죠. 한류가 세계를 덮을 것처럼 떠들었지만 그게 얼마나 갔나요. 올바른 성장을 못하고 가분수가 된 배우가 많아서 안타까워요.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정동환 씨는

△1949년 전북 김제 출생

△서울예술대 연극과 졸업

△드라마 ‘뉴하트’ ‘연개소문’ ‘겨울 연가’ ‘빙점’, 연극 ‘레이디 맥베스’ ‘고곤의 선물’ ‘침향’ 등 출연

△백상예술대상 연극연기상(1993년), 제21회 서울연극제 연기상(1997년) 등 수상


▲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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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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